10일로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밝힌 소회가 아쉽다. 이 자리는 지난 1년의 잘잘못을 되돌아보고 향후 국정운영 방향과 미래 비전을 전하는 것이 관례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상당 부분을 ‘전 정부와 야당’ 비난에 할애했다. 윤 대통령은 전세사기, 가상자산 범죄 등 사회 경제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형 사건들을 언급하며 “과거 정부의 반시장적·비정상적인 정책이 그 토양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너진 시스템을 회복하고 체감할 만한 성과를 이루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전 정부의 비정상적인 정책을 바로잡는 데에 시간을 보냈으며 야당의 입법 횡포 때문에 이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이 지난 1년이 ‘비정상의 정상화’ 기간이었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취임 1년을 맞은 윤석열 정부 역시 공과(功過)는 있게 마련이다. 한미 동맹의 재건과 ‘핵협의그룹’ 창설로 실질적인 북핵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점은 공으로 인정할 만하다. 정치적 부담을 안으면서도 꽉 막힌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트고, 한미일 삼각 협력 토대를 공고히 한 것도 의미가 크다.
윤 대통령과 현 정부가 외교 안보 등 외치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냈지만 내치는 그렇지 못했다. 취임 당시 약속했던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은 진행속도가 더디다. 국내외 여건을 고려한다 해도 경제 상황은 여전히 침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생 또한 후한 점수를 받기 어렵다. 조사기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 30%대에 머물고 있는 윤 대통령 지지도가 그 현주소인 셈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인색한 것은 소통의 폭과 깊이 모두 크게 부족했기 때문이다. 도어스테핑을 도입해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윤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이를 중단한 이후 사실상 국민과의 소통에 문을 닫아버렸다. 취임 1주년 기자회견조차 하지 않는 것이 이를 잘 말해준다.
특히 국정운영이 심대한 차질을 빚고 있는데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과 대화 한 번 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와 여당은 툭하면 야당이 국정운영 발목을 잡는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만나 국정운영의 협력을 요청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여야 협치를 통해 국정운영의 성과를 높이는 궁극적 책임은 야당이 아니라 대통령에게 있다.
이제라도 소통의 문을 활짝 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국정에 반영하기 바란다. 그래야 남은 4년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전 정부와 야당 탓만 할 때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