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는 지금 위기다.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수출이 7개월 연속 뒷걸음치면서 무역수지가 14개월째 적자를 보이고 있다. 1분기 세수가 24조원 덜 걷히면서 무역·재정수지 쌍둥이 적자에 허덕인다. 벌어들이는 외화가 쪼그라들다 보니 투자와 고용도 침체 일로다. 수출이 부진하면 내수가 버텨줘야 하는데 높은 물가와 1800조원이 넘는 가계 빚에 치여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투자수익에 민감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놓칠 리 없다.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혹독한 평가를 내리고 있다. 미국, 일본 등 8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8일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의 평균치가 1.1%에 불과했다. 가장 높은 전망치가 1.4%(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였고 씨티은행은 1%를 밑도는 0.8% 성장을 예상했다. 심지어 노무라증권은 -0.1%로, 역성장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2%가량인 잠재성장률은 물론 4연속 성장률을 하향조정한 끝에 1.5% 수정치를 내놓은 국제통화기금(IMF) 그리고 한국은행 전망치 1.6%에도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복합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에 반등의 기미마저 찾기 어렵다는 뜻이다.
한국 경제의 침체는 미-중 갈등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비롯된 세계 경제의 불안정성에 기인한다. 하지만 유독 한국 경제의 실적이 가장 저조하다는 게 문제다.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일본(1.8%)보다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IMF)을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우리 경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한국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부진의 늪에 빠진 데에 따른 것이다. 정부마저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흑자를 쌓던 시기는 지났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는 마당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한국이 중국과 교역에서 많은 흑자를 보던 시대는 지난 것 같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미국의 중국 옥죄기로 더욱 심화할 것이다. 한국 반도체의 40% 이상을 중국에 수출하고 현실에서 중국 변수에 대처하지 못하면 침체의 골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중국과 반도체’라는 2대 의존도를 줄이면서 수출국과 폼목을 다변화하는 체질 개선에 한국 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 중국과 반도체 고전기에 미국과 베트남, 전기차가 공백을 메워준 것에서 희망을 본다. 중동과 원전, 동유럽과 방위산업 등 새로운 유망 시장을 개척하고, 성장 여력이 큰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로 무역 영토를 확장하는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규제혁파로 기업이 뛸 수 있는 공간을 넓혀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