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와 관련한 현안을 살펴볼 전문가 시찰단을 오는 23일, 이틀 일정으로 현지에 파견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 합의에 따른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지난해 4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일본을 방문해 오염수 처리 과정을 검증했으며 다음달 초 최종보고서를 낼 계획이다. 이에 앞서 우리 시찰단이 현장을 직접 확인하게 된 것은 그 의미가 적지 않다.
문제는 실효성 여부다. 파견단 명칭부터 ‘검증단’이 아니라 ‘시찰단’이라 의미 있는 수준의 검증에는 한계가 있다. 시찰단은 일본 정부와 도쿄전력 측이 제공하는 장소를 방문하고 설명을 듣는 ‘견학’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찰단이 아무리 철저히 사전 준비를 한다 해도 일본 측 데이터를 검증하고, 방류 방사성 물질의 생태계 영향과 삼중수소 피폭 가능성 등을 이틀 만에 확인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일주일은 돼야 최소한의 검증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30년에 걸쳐 100배 희석해 방류한다지만 860조베크렐의 방사능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어정쩡한 ‘시찰’로 자칫 일본의 방류 정당성만 인정해주는 들러리 역할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보다 앞서 지난해 3월 후쿠시마 원전을 시찰하고 돌아온 대만의 경우가 그 반면교사가 될 만하다. 당시 대만 시찰단은 도쿄전력의 협조로 방사성 물질의 확인 시뮬레이션과 삼중수소 분석 검출기술, 핵물질 분석 절차 등을 직접 시찰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하지만 손에 잡히는 결론은 내놓지 못했다. 관련자료 공유와 안전 기준 정보 공개 등을 일본에 건의하는 수준이었다. 이후 대만 정부는 자국민이 일본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인데도 이를 적극 표명하지 않았고, 파견 한 달 만에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재개를 발표했다.
시찰단 파견을 위한 양국 실무회담이 이번주 중 열린다고 한다. 이왕 파견하기로 했다면 유해성 검증 실효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외교당국은 적어도 파견기간을 2~3일 더 늘리는 방안을 일본 측에 강력히 요청해야 한다. 검증단 구성도 속히 진행해 충분한 준비기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검증단의 역할이 중요하다. 일본은 오염수 방류가 안전하다고 강조하지만 인접국인 우리 국민의 불안감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특히 그 결과 도출에는 어떠한 이념이나 정치적 의도가 개입돼선 안 된다. 오직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결과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