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지난 3년간 가장 큰 영업 타격을 받고 그만큼 대출도 많이 받은 자영업자·중소기업들이 서서히 한계를 맞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 자영업자의 경우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에도 이미 연체율이 코로나 사태 이전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이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상호금융·대부업체 등 비(非)은행권의 중·고금리 대출을 크게 늘려왔기에 향후 금융 지원 종료 이후 2금융권의 건전성 위기도 우려된다. 자영업자발(發) 대출 부실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예의주시해야 할 때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만기를 미뤄주거나 상환을 유예해준 대출 잔액은 37조원에 이르렀다. 은행들이 37조원의 잠재 부실을 떠안고 있다는 뜻이다. 은행권은 지난 2020년초 코로나19 국내 발생 이후 애초 그해 9월까지 하려 했던 금융 지원을 코로나 시국이 길어지면서 5차례 연장한 뒤 오는 9월 종료할 예정이다. 문제는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 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출 상환 여력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올 2월 국내 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2020년 8월(0.38%) 이후 2년 반 만에 가장 높았다. 여기에는 만기 연장·상환 유예가 적용된 대출은 포함되지 않았다. 9월 이후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출 부실이 한꺼번에 수면 위로 드러나면 오름세인 연체율이 더 솟구칠 가능성이 크다.
가장 걱정스러운 부분은 3년 넘게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뤄줬는데도 저소득 자영업자의 부채구조가 더 나빠졌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 말 현재 전체 자영업자의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19조8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4분기와 비교하면 48.9%나 늘었다. 특히 저소득 자영업자의 경우 비은행 2금융권 대출 급증 현상이 두드러진다. 3년(2019년 4분기∼2022년 4분기)간 은행 대출이 45.8% 늘어난 것과 비교해 상호금융 대출은 2.3 배로 뛰었다. 보험사에서도 2.1배로 불었고, 여신 전문 금융회사(카드·캐피털 등)에서 57.9% 증가했다. 대부업 등 기타 금융기관은 2.92 배까지 급등했다.
가뜩이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이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자영업자 부채폭탄이 터지면 금융권 전반의 신용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기한 연장, 대환(대출 갈아타기), 일정 조정, 금리 인하 등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융당국이 총체적 연착륙 밑그림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