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5월 첫날인 2일 윤석열 대통령의 일정은 어느 때보다 분주했다. 이날 오전에는 TV로 생중계된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미국 방문 결과를 설명했다. 또 낮에는 용산대통령실 앞 정원 ‘파인그라스’에서 출입기자단과 오찬회동을 하고 방미 성과와 국내 현안을 놓고 2시간가량 환담했다. 이어 저녁에는 같은 장소에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여당 지도부와 만찬을 함께하며 방미 성과를 공유하고 당정 협력을 요청했다. 취임 1주년(10일)을 즈음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회도 밝히면서 ‘소통’에 적극 나선 하루였던 셈이다.
윤 대통령이 소통에 분주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정작 많은 대화가 필요한 야당과의 관계는 여전히 ‘불통’이다.
물론 소통 의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이진복 정무수석은 박광온 민주당 원내대표에게 “여야 원내대표가 부르면 윤 대통령이 직접 그 자리에 찾아갈 수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 여야 원내대표에게 방미 성과를 설명하는 형식을 통해 야당 원내대표와 만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원내대표는 이를 완곡하게 거절했다. 윤 대통령이 이재명 당대표를 먼저 만나는 게 순서라는 게 그 이유다. 박 원내대표 입장에선 당연한 대응이고 순리적으로도 그게 맞다. 처음부터 예상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 지도부와의 만남에 더 과단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소야대의 현 정국에서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대통령과 야당과의 활발한 소통은 필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윤 대통령이 선뜻 회동을 제안하거나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엄연한 현직 민주당 대표다. 그러니 이 대표를 ‘패싱’하는 것은 민주당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것과 같다. ‘이재명’이 아니라 ‘민주당 대표’를 만나라는 것이다.
지금 윤 대통령이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정국의 안정과 민생이다. 야당과의 관계를 복원하지 못하면 여야 대결구도로 점철된 비정상적인 정국을 결코 바로잡기 어렵다.
윤 대통령의 방미는 한반도 정세 안정에 상당한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그만하면 성과를 인정받을 만하다. 이제는 내치에 주력할 때다. 당면한 국내 현안이 산더미다. 수출은 부진하고 무역수지 적자는 한없이 늘어간다. 원화 약세로 물가 불안은 더 고조되고 있다. 서민을 옥죄는 전세사기에 간호법 처리 등 산 넘어 산이다. 야당의 협력 없이는 단 하나도 풀어가기 어렵다. 이 대표의 사법적 판단은 검찰과 법원에 맡기면 그만이다. 윤 대통령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