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목표로 우수한 민간기술을 국방 분야에 접목하기 위한 군의 광폭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국방부는 앞서 ‘국방혁신 4.0’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혁신·개방·융합에 기반을 둔 국방R&D 체계 정립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민·군 가교 역할을 수행할 ‘한국형 DIU(국방혁신단)’를 신설하고, 미래 국방 난제에 대한 민간 공모를 확대하는 등 군·산·학·연 협력생태계를 공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신범철 국방부 차관은 “한국형 DIU와 국방부 내 연구개발 총괄기구를 신설해 국방R&D 예산을 국방비의 10% 이상으로 확대하고, 양자·신에너지·초음속 등 국방 전략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신속 시범 사업 등 민간 신기술 도입을 추진해온 군이 새롭게 DIU를 벤치마킹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DIU 혁신에 급변하는 국방·기술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미국의 고민과 도전, 결실이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설립된 DIU는 활용 가능한 상용기술을 발굴하고 신속하게 군사용으로 전환해 국방혁신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인공지능, 자율운행, 사이버·통신, 에너지, 휴먼시스템, 우주 등 6개 영역을 중점 관리하면서 기존 획득절차를 대폭 단축하는 혁신도 진행 중이다. DIU는 중국, 러시아 등과 갈등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국방역량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상용기술 도입을 기존의 10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업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정책은 과감하고 절실하다. 아예 실리콘밸리에 사무실을 차렸다. 정기적인 로드쇼는 물론 민간 상장사와 유사한 연간 보고서도 발행한다. 수익성과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 생리를 반영한 것이다. DIU의 진정한 저력은 ‘미션 중심 획득 절차’에 있다. DIU는 복잡한 프로세스를 간소화하고 오로지 문제해결 솔루션에 집중한다. 대부분 사업 공고문은 문제 제시, 요구사항, 참고사항 등을 포함해 3~4쪽을 넘지 않는다. 참여를 원하는 회사는 10MB 이하의 개요를 업로드하고 간단한 설문조사에 응하면 된다. 비방산기업들을 위해 진입장벽을 허문 것이다.
세계 최강으로 불리는 미국이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장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30여년 전 걸프전은 네트워크 중심전이 전장을 주도한 사건이었다. 오늘날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며 패러다임이 다시 이동하고 있다. 이미 우리는 민간기술이 활약하는 우크라이나 전장 등을 통해 변화를 목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업 영역을 구분하지 않는, 유연하고 빠른 무기 체계 개발이 필수인 시기가 온 것이다. 그렇기에 한국형 DIU 추진은 고무적이다. 아무쪼록 한국형 DIU가 대한민국 국방R&D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 되기를 기대한다.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차별화된 솔루션이 있다면 국방산업에서 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로드맵을 제시하기 바란다. 한국형 DIU가 신뢰하고 소통하며 협업하는 장이 된다면 ‘K-방산’은 물론 경제활성화에도 기여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 믿는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역사와 함께해 온 체계업체들도 협력사들과의 협력과 혁신을 기반으로 한국형 DIU의 든든한 동맹군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김지찬 LIG넥스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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