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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G사태 관련 종목 대주주들 대부분 돈 벌어…시장교란 여부 따져봐야[홍길용의 화식열전]
키움 김익래·서울가스 김영민 외
대성홀딩스도 1194억원 현금화
선광 대주주 3년간 28만주 팔아
트러스톤, 하림지주EB 주식교환
SG 창구 초기 매도주체 확인 중요

한국SG증권 창구 매도로 촉발된 8개 종목 무더기 주가 폭락 사태 여파가 일파만파다. 시세조종 의혹에도 정작 돈을 번 이들은 시세조종에 참가하기 어려운 관련 종목 대주주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시세조종 여부에 대한 조사와 함께 이번 사태로 돈을 번 이들이 과연 위법을 저지르지는 않았는지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주가 폭락 직전 각각 605억원, 477억원어치 주식을 판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과 김영민 서울가스 회장 외에도 관련 종목 최대주주와 기관투자자들은 일찌감치 주식을 매도해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

대성홀딩스는 지난해 9월부터 올 3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서울도시가스 지분 37만주를 매각해 1194억원을 확보한다. 주당 평균 매각가는 32만2647원에 달한다. 덕분에 대성홀딩스는 2022년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5억원가량 줄어든 81억원에 불과했지만 순이익은 397억원으로, 6배 넘게 급증했다. 대성홀딩스는 김영훈 회장과 부자와 그들의 개인 기업 등의 지분이 72%가 넘는다.

대성홀딩스는 대성산업 창업주인 고(故) 김수근 회장의 삼남인 김영훈 회장이 이끌고 있다. 서울도시가스는 김 회장의 형인 김영민 회장이 최대주주다. 김 회장은 주가 폭락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4월 17일 보유 주식 10만주를 457억원에 매각했다.

선광은 최근 3년간 특수관계인들이 꾸준히 지분을 처분해왔다. 2020년 6만3800주를 평균 2만3173원에, 2021년에는 9만6530주를 평균 5만488원에 팔았다. 주가가 폭등한 지난해에는 매도물량을 12만3848주까지 늘렸다. 지난해 평균 매도단가는 8만7356원이다. 주가 급등 전부터 주식을 처분하기 시작했지만 주가가 오르면서 투자차익이 커진 모양새다.

하림지주는 최대주주 일가가 아닌 기관투자자가 주가 상승 덕을 톡톡히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6월 16일 트러스톤메자닌펀드를 상대로 442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를 발행했다. 돈을 빌리는 대신 하림지주가 보유한 자사주로 갚을 수 있는 채권이다. 발행 당일 종가는 1만700원이었다. 트러스톤은 올해 3월 6일부터 4월 17일까지 교환사채를 398만주의 주식으로 교환했다. 주당 1만1062원꼴이다. 교환이 시작된 직후인 3월 6일부터 기관 매물이 급증한다. 4월에는 3일부터 19일까지 무려 200만주의 기관 매물이 쏟아진다. 트러스톤이 교환사채로 확보한 주식을 주가 폭락 전에 모두 차익실현했다면 상당한 수익을 거뒀을 수 있다.

회사를 지배하는 최대주주이거나 연기금도 다수 운용하는 기관투자자가 불법적인 시세조종에 가담했을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하지만 시세조종이 아니더라도 이익을 본 이들이 돈을 버는 과정이 정당했는지에 대한 확인은 필요해 보인다. 특히 워낙 남다른 위치에 있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서는 시세조종(176조)과 함께 시장질서 교란행위(178조의2)도 금지한다. 회사의 주주나 임직원 등이 미공개(중요)정보 등을 활용한 투자로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다. 자본시장법 178조의 2 위반에 대한 처벌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얻은 이익의 3~5배 벌금형이다.

경영진은 주주명부 확인이 가능하다. 평소와는 현저히 다른 주식거래나 주가 움직임을 파악하는 데에 중요한 정보다.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에 특히 관심이 쏠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다우데이타 최대주주이자 키움증권 회장이다. 키움증권은 다우데이타 주가가 급등한 이후 김 회장이 지분을 대거 내다팔기 전까지 주식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진 증권사 창구다.

한편 지금까지 실체를 드러내지 않은 이번 사건의 최대 수익자는 지난달 4월 24일 한국SG증권 창구를 통해 대규모 매도 주문을 낸 이일 가능성이 크다. 폭락 국면에서는 가장 먼저 팔아야 가장 많은 차익을 확보할 수 있다. 한국SG증권을 조사하면 쉽게 밝혀질 수도 있지만 해외로 도피했다면 미궁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신분을 감추기 위해 해외 계좌 등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크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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