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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상외교 둘러싼 정치권의 소모전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정상외교활동 발언과 관련한 정치권의 소모전이 도를 넘은 듯하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실수나 실언을 찾아내느라 눈에 불을 켜고 있는 느낌마저 들게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어설픈 윤 대통령 감싸기로 긁어부스럼만 내는 모습이다. 외교무대에서 가볍고 정제되지 않은 발언으로 논란의 빌미를 주는 윤 대통령의 언행도 더 신중해져야 한다. 당파를 초월해 국가안보와 국익을 위해 힘을 모아 성과를 극대화해야 할 정상 외교가 소모적인 정쟁거리로 전락하고 있는 우리 정치 현실이 안타깝고 참담하다.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의 ‘넷플릭스 투자’ 해프닝은 그 소모전에 정치권이 얼마나 깊이 매몰돼 있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라 할 만하다. 윤 대통령은 이 방미 첫날 넷플릭스 CEO를 만난 자리에서 넷플릭스 측은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양이원영 의원은 윤 대통령이 넷플릭스에 투자를 하겠다는 것으로 오인하며 “해외 OTT기업 투자라니, 생각 없이 퍼주기 할까 봐 불안불안하다”며 날 세워 공격했던 것이다.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지만 양이원영 의원은 사과는커녕 “이미 결정된 투자 유치인데 윤 대통령이 사진을 찍으러 간 것”이라며 비난을 이어갔다. 어떻게든 윤 대통령의 정상외교 성과를 깎아내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 논란도 마찬가지다. 윤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 꿇어라’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을 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은 “일본 총리인 줄 알았다”거나 “일본을 대변하는가”라며 강하게 몰아붙였다. 발언이 거칠기는 해도 앞뒤 맥락을 살펴보면 그렇게까지 비난할 일은 아니다. 더 황당한 것은 여당의 대응이다. 국민의힘 유상범 대변인은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로 해석해야 한다며, 번역의 잘못됐다는 듯한 말을 했다. 급기야 WP 측이 인터뷰 원문을 공개했고 거기에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돼 있다. 과도한 대통령 감싸기를 하다 국제적인 망신을 당한 셈이다. 비생산적 정치의 정점을 보는 듯하다.

국내 정치주도권을 둘러싸고 여야가 서로를 비난하고 대립하는 것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범위는 국내에 한정돼야 한다. 외교와 안보, 국익을 위해 해외에 나간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더욱 절제된 행동과 발언으로 공연한 논쟁거리를 만들어선 안 된다. 여야 정치권과 윤 대통령 모두 자중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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