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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윤 대통령 美 국빈방문, 안보·경제 새 지평 열어주길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24일 5박7일 일정으로 미국 방문길에 올랐다. 2011년 10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 이어 12년 만의 국빈(國賓) 방미다. 이 전 대통령은 당시 미 의회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을 처리한 후 국빈 방미해 정치·안보 중심의 한미 동맹을 경제로까지 확장했다. 윤 대통령은 12년 전보다 훨씬 심각해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확장 억제 강화방안을 도출하고, 글로벌 공급망과 첨단 기술에서 미국과 파트너십을 강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국빈방문에 걸맞게 이번 방문은 미국 상·하원 합동 연설, 미군 수뇌부의 정세 브리핑, 한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하버드대 연설 등 다채로롭고 의미 있는 일정들로 짜여 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26일 정상회담이다. 그동안 한미는 공동 성명을 통해 원론적 수준의 핵 확장 억제 원칙을 확인해왔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어디서든 기습 발사가 가능해 한국의 킬체인(미사일 방어 체계)을 무력화할 수 있는 고체연료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는 등 도발 수위를 높이는 마당이다. 미국이 본토에 대한 북한의 핵 공격위험을 감수하고 한국 방어를 위해 핵전력을 사용하겠냐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한국 내 여론은 자체 핵무기 보유 필요성에 60% 이상이 찬성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 영토가 북한 등으로부터 핵공격을 받으면 미국이 핵으로 보복(retaliation) 대응‘ 한다는 내용을 명문화하는 것을 조율 중이라고 한다. 실질적 핵 억지력 확보를 위한 길이니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한국은 미국과의 70년 동행으로 경제 기적의 역사를 쓸 수 있었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첨단 산업 공급망을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자유무역 시대에 통했던 성공방식이 더는 유효하지 않게 된 것이다. 특히 미국은 우리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굴기를 막기 위해 직·간접 압력을 가하고 있다. 이번 방미에 윤 정부 출범 이후 최대 규모인 122명의 경제사절단이 꾸려진 것도 이 같은 구도 변화에 대처해 미국과의 파트너십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함이다. 이미 삼성, SK, 현대차는 수백억달러의 현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의 반도체과학법과 인플레이션감축법(IRA)으로 우리 반도체와 전기차가 당면한 불이익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협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방미에 앞서 대만과 우크라이나와 관련한 발언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격앙케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에 힘을 실어준 것은 그만큼 방미의 성과에 목마르다는 방증이다. 한미 동맹 70주년에 걸맞은 안보·경제적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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