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서비스가 본격 경쟁에 돌입하던 1990년대는 복수의 사업자가 등장하면서 통신사들은 저마다 저렴한 요금과 원활한 통화 성능을 핵심 경쟁력으로 앞세웠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등장한 이후 수십년간 이어진 음성 기반의 과금 체계는 데이터 기반의 과금으로 전환됐다. 이제는 모든 사용자가 구독 서비스 형태로 월정액 요금을 내고 사용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정해진 기간에 따라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구독 서비스 모델은 이동통신 서비스 분야 외에도 다양하다. 예를 들어 e-커머스시장에서 할인혜택을 담보하며 상품을 구입하거나 전문적인 와인 추천, 아마존 등 해외 플랫폼의 배송비 할인 등을 이유로 구독상품을 선택한다. 고객이 이런 서비스를 선택하는 요인은 여러 가지다. 가격 외에도 편리함이라는 범주에서 서비스를 선택한다. 이렇게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편리함에 대한 기대치와 지불 요구는 증가한다.
하지만 전기차 충전서비스 영역은 인증부터 충전, 결제에 이르는 사용자 경험환경에서 아직 몇 가지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소비자가 유사한 다른 산업군에서 경험한 편리함과 익숙함을 전기차 충전 서비스와 상대적 관점에서 비교한다면 더욱 그렇다. 실제 전기차를 충전할 때 비회원 결제를 하려면 진행이 안 되기도 하고, 비회원 결제가 불가능할 때도 있다. 환경부 전기차 카드회원으로 가입하면 공공충전기를 공용요금으로 이용할 수 있지만 일반신용카드를 사용하면 비회원으로 구분돼 회원보다 비싸게 지불해야 한다. 충전서비스에 가입하려 해도 과정은 복잡하다. 불편하다고 느끼는 이유는 복잡한 절차 없이 신용카드 한 장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쉽고 빠르게 주유했던 내연기관 자동차의 경험을 이미 대다수가 알고 있어서다.
급속충전 케이블 연결도 문제다. 가뜩이나 무거운 충전 케이블을 끌어 전기차에 연결하더라도 인증 과정에서 오류가 날 때가 가끔 발생한다. 기술적 문제라고 말하는 것은 분명 사용자가 기대하는 답이 아니다. 최첨단 시대를 살며 다양한 분야에서 최적의 서비스를 누리는 요즘의 사용자는 그런 불편함까지 모두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기술이라 여긴다.
업계는 이런 불편함을 테슬라 차량에 적용된 오토차징(Auto-charging) 서비스와 유사한, 어쩌면 그보다 더 편리한 사용성을 보장하는 서비스로 극복할 수 있다. 충전 관련 기술표준인 ISO15118 기반의 PnC(Plug and Charge)기술이 대표적이다. PnC기술을 통해 사용자는 최초 가입 절차 이후에는 단순히 차량과 충전기의 케이블만 연결하면 인증과 과금이 모두 자동 처리되는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다행히 충전 서비스의 질적 개선을 위해 정부, 제조사, 충전 서비스사업자 등 관련 산업 내 모두 기술과 인프라 관점에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국내 완성차업체뿐만 아니라 다수의 수입차도 본사 차원에서 오토차징을 위한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최대 충전사업자 중 하나인 환경부와 한전 등 국가기관 및 공기업도 충전기 수량 확보 외에도 사용자편의성과 보편성을 고려한 플랫폼 개선에 한창이다. 이러한 각 주체의 노력이 ‘충전이 주유보다 편하다’는 시장의 의식 변화로 열매 맺기를 기대해본다.
주형진 차지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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