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지자 정부와 여당이 20일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열어 수습책을 논의했다. 전세사기 피해자가 살고 있던 집을 낙찰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경매 우선매수권, 저리 대출 지원방안 등이 골자다. 앞서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로 확인된 2479명 가운데 은행이나 저축은행, 신협, 농협,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 대출분에 대해 20일부터 즉시 경매를 유예(최소 6개월 이상)하도록 했다.
정치권도 모처럼 한목소리로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입법 지원에 나섰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전세 피해자보호를 핵심으로 하는 지방세 기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전셋집이 경매·공매되는 경우 재산세 등 지방세보다 세입자 임차보증금을 먼저 변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도 임대차 종료 후에도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는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이 채권 매입 후 피해금액을 선(先)보상하고, 채권 매입기관이 경매·공매로 후後)회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최우선 변제금액을 상향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진즉 나왔어야 할 대책들이 세 명의 창창한 청년이 스러져간 뒤에 허겁지겁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만시지탄을 금할 수 없다.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선 지원, 후 구상권 행사’나 공공매입 임대 등에 대해서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말처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게 사실이다. 사기범죄로 인한 피해액을 국가가 반환해주고, 전체 국민이 세금으로 떠안으라는 것은 사적 계약에 대한 책임성, 다른 부문과의 형평성 등 무수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자들을 잇따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 전세사기는 사기범들이 판칠 수 있는 허술한 제도를 설계한 사회적 책임을 간과할 수 없다. 개인이 무자본으로 수십, 수백채의 빌라를 굴리며 편법과 불법을 넘나드는 데도 감독을 게을리한 정부, 묻지마 보증과 대출을 남발한 금융기관, 세입자보호법안을 방치한 국회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으로 보는 이유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전방위 대책이 논의되는 가운데 전 금융권이 피해자 주택 경매 유예 조치에 동참하기로 한 것은 사회적 고통을 분담한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코로나 사태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채무 상환을 유예하고 저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한 것처럼 이번에도 금융권이 사회적 약자인 청년과 서민을 배려해야 한다. ‘고금리’로 쌓은 막대한 차익을 공동체가 어려울 때 환원하는 의미도 크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번 수습책에 더해 현장에서 작동할 실효적 대책과 입법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피해자들을 두 번 절망케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