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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대근의 현장에서] ‘공정위 장고(長考)’에 피멍드는 K-조선

“방산시장에서 수요자는 정부이기 때문에 결정권은 모두 국가에 있다. 경쟁 제한 우려 또한 희박한데도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심사가 지연되는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방산업계 고위 관계자)

한화그룹이 ‘글로벌 종합 방산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한 일환으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야심 차게 추진 중이다. 하지만 최종 관문으로 꼽히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애초 인수계획에 상당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지고, 국익에도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한화 측에서는 애초 국내외 인허가 절차가 마무리되면 신규 자금 2조원을 투입해 대우조선 신주(49.3%)를 인수하는 등 늦어도 4월까지 모든 합병 작업을 끝내고 경영 정상화 작업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 지연으로 “이달 중에는 (합병 완료가) 물리적으로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업계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현재 글로벌 조선업계는 노후 선박 교체 수요 증가와 각국의 친환경 규제 강화로 ‘슈퍼사이클(대호황)’ 상승기에 진입했다. 국내 조선 ‘빅 3(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대우조선)’ 역시 올해부터 연간 기준 흑자 전환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경영 정상화 지연과 핵심 인력 유출 등으로 경쟁력이 급격히 약화된 여파로 좀처럼 반등의 실마리를 잡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분기 대우조선 수주금액은 8억달러(약 1조600억원)에 그치면서 지난해 1분기(42억달러) 대비 2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반면 경쟁사인 HD현대와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각각 73억달러(약 9조6500억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를 수주하면서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순항을 이어가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 정상화 지연으로 (대우조선의) 신용도 상향이 늦어지면서 신규 입찰시에 신용점수로 인한 감점이 불가피하고 신용도 기반 금융거래비용 개선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공정위 심사가 지연되는 동안 국내 기업 간 ‘감정 싸움’도 길어지고 있다. 한화 측은 “경쟁사의 문제제기로 공정위의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경쟁사로 지목된 HD현대는 “한화 측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다른 부분도 침소봉대”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치권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경쟁사 차별 금지와 이를 담보하는 외부 통제장치 마련을 전제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할 것으로 관측된다. 방위사업청 역시 최근 공정위에 경쟁 제한 우려가 크지 않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최종 결론시기는 예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공정위의 입장이다. 이러는 사이 중국 경쟁 업체들은 저가 수주를 앞세워 한국의 핵심 제품인 LNG(액화천연가스) 선박 분야에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끌어올리고 있다. “국익을 어느 때보다 우선해서 판단이 이뤄져야 할 시기”라는 재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때다.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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