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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SK의 사회공헌, 70년 넘어서도 지속되길

SK그룹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장학퀴즈’ 덕분이었다. 1973년 시작된 이 최장수 프로그램은 당시 일종의 명문고 대항전이었는데 K여고 1학년인 나는 손에 땀을 쥐면서 TV 속 생면부지의 학생들을 응원하곤 했다. 그런데 저 회사는 뭐지? 학생 교복 천을 만드는 회사라고 한다. 아! 그래서 교복 옷감 많이 팔려고 이걸 하나 보다 생각했다.

본격적으로 이 기업을 알게 된 것은 돌아가신 최종현 선대회장이 설립한 한국고등교육재단의 장학생으로 선발되면서부터다.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 미국 아이비리그 유수 대학에서 공부하고 싶었다. 이곳들의 등록금은 엄청 비싸서 웬만한 중산층은 감당하기 어려웠다. 시험이나 쳐보자는 심정으로 향한 시험장은 대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운 좋게 합격한 다음, 열 명 채 안 되는 우리 5기는 서울 퇴계로 소재 허름한 빌딩에서 연수를 받게 됐다. 유학 장학생이 된 덕분에 당시부터 최 선대회장을 몇 번 뵐 수 있었다. “나라의 미래는 세계적인 인재 양성에 달려 있다”고 하시면서 젊은 청춘들의 애국심을 일깨우셨다. 한국고등교육재단은 이후 재단과 최종현학술원으로 분화됐는데 현재 글로벌 차원의 대응을 모색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1953년 ‘선경직물’이라는 상호로 설립된 SK가 곧 창립 70주년을 맞는다. 소재, 정유, 통신, 반도체, 바이오, 배터리 등 사업 범위를 확대하며 재계 2위 그룹으로 성장했다. 그 과정에는 새로운 산업과 시장을 개척해온 기업 지도자들과 수많은 현장 근로자들의 노고가 있었을 것이다. 자원도 없는 빈국에서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 나라로 발전한 우리나라 전체의 역사와 궤를 같이한다. 내가 주목하는 SK그룹의 차별점은 여느 기업보다도 특별히 사회공헌을 중시한다는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공헌(CSR)’은 기업이 이익추구를 넘어 사회적 책임을 위한 공익적 활동을 펼치는 것을 말한다. 1970년대 후반에 시작된 이 경영방침은 점차 선진국 대기업들로 확산됐고,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2000년대 들어와 본격적으로 참여하게 됐다. 수년 전부터는 ‘환경·사회·거버넌스(ESG)’로 화두가 바뀌면서 기업 활동에 환경과 사회문제,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합시키고 있다. SK그룹은 이미 오래전부터 인재육성이라는 사회적 공헌을 해 왔던 셈인데 최태원 현 회장은 ‘사회적 가치’창출로 확장해 ‘사회적 기업가’들을 육성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는 경제·사회·환경·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가치를 말한다. 국민복리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이 일에 나서왔는데 민간기업으로서는 SK그룹이 선도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2018년에 사회적가치연구원을 설립하고, 그룹의 행복나눔재단과 함께 사회문제의 창의적이고도 지속 가능한 해결 방식을 찾고 있다.

경쟁은 날로 치열해지고 경영 환경은 더욱 불확실해져 기업들이 사회적 공헌에 애쓰기 어려운 시대다. 그러나 기업의 선한 영향력이 기업가치를 높이는 추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회공헌의 유산을 지켜온 SK그룹이 창립 70주년을 넘어 어떻게 선도적 역할을 계속할지 기대해본다.

이숙종 전 성균관대 교수

killpa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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