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학교폭력 가해 기록을 대입 정시에 반영하고 취업 때까지 보존하는 방안을 내놨다.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학폭으로 강제 전학됐음에도 서울대 정시 입학한 데 공분이 일자 나온 학폭 근절대책이다. 대입시는 물론 취업에도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평생 피해자를 괴롭히는 학폭에 엄정 처벌이 불가피하나 과도한 낙인찍기와 같은 부작용은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동안 대학들은 대부분 학폭 기록을 정시에 반영하지 않았다. 올해 정시 전형에 학폭을 감점 요소로 반영한 대학은 135개 대학 중 서울대와 진주교대, 홍익대, 감리교신학대 4곳뿐이다. 실제로 반영한 곳은 서울대 한 곳이다. 학폭 사건이 논란이 되자 고려대와 성균관대, 중앙대, 서울시립대, 건국대 등이 부랴부랴 2025학년도 정시모집부터 학폭 이력을 반영하기로 했다. 1점차로 당락이 결정되는 대입시에서 학폭 감점이 결정적인 요소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학폭 기록 보존기간도 대입시로 끝나지 않는다. 9호에 해당하는 퇴학을 제외하곤 지금까지 졸업 시점이나 졸업하고 2년 뒤에 기록이 지워지는데, 당정안대로라면 최장 10년까지 늘어난다.
가해자에 엄하게 책임을 묻자는 취지이나 처벌 범위와 정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는데도 주홍글씨가 사회진출 때까지 이어지는 것은 과한 측면이 있다. 법적 형평성 문제도 있다. 형사 범죄를 저지른 소년범은 학생부에 기록되지 않고 대입에도 반영되지 않는 것과 차이가 현격하다. 이중 처벌 소지도 있어 법적 다툼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학생부 기록 보존기간은 2012년 도입 이후 점차 단축·완화됐는데도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는 2020년 478건에서 2022년 868건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피해 학생의 행정심판 청구 역시 175건에서 447건으로 폭증했다. 가해자 처벌이 강화되고 꼬리표가 길어지면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무분별한 소송이 일면 교육적 해결 여지는 줄어들게 마련이다.
학폭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피해자 회복이다. 많은 피해 학생이 학폭 문제해결에 불만을 가진다. 처벌에는 만족하지만 가해자의 사과와 반성이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이유다. 가해자 처벌과 불복으로 이어지는 소송전으로 피해자가 더 피폐해지지 않도록 교육적 해법을 찾는 데 더 신경 써야 한다. 학교 현장에서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학폭 예방교육도 손볼 필요가 있다. 검증된 예방교육 프로그램과 청소년의 행동특성을 반영한 전문가 진행의 예방교육이 선결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