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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이프칼럼] 목소리로 전하는 진심

새해가 시작되기 무섭게 학교에도 새 학기가 찾아왔다. 3월이 늘 그렇듯 필자에겐 이틀 같은 하루의 연속이지만 학생들과의 소통은 놓칠 수 없는 중요 업무 중 하나다. 개강한 지 2주밖에 되지 않았는데 결석자가 생겨 틈나는 시간을 이용해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전화를 받을 수 없다’는 익숙한 안내메시지뿐. 자연스럽게 학생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 전송을 누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학생에게서 카카오톡으로 답변이 오자 이번에도 ‘통화보다는 문자가 편한 학생이구나’ 하며 필자도 뒤이어 문자로 답했다. 사실, 필자는 간단 명료한 통화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이 잦은 MZ세대는 휴대전화 터치 몇 번만으로 의사소통, 쇼핑은 물론 음식배달 주문까지 많은 일을 편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되다 보니 전화할 이유가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비대면 의사소통에 점점 익숙해지고 직접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는 전화를 어색해하거나 어려워하고 심하게는 무서워하는 현상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위와 같이 전화 통화를 두려워해 거부하는 일종의 ‘전화공포증(call phobia)’은 MZ세대 사이에선 2명 중 1명꼴로 겪는 비일비재한 고충이라고 한다. 그래서 10~30대에게 전화는 불필요하고 귀찮은 일이라는 인식이 생기게 되고, 다양한 서비스매체가 개발돼 문자를 활용한 의사소통 방식을 선호하게 되면서 전화공포증이 늘어나게 된 것이다. 오죽하면 캐나다의 어느 한 기업에서 전화공포증 컨설팅업체를 설립해 전화공포증을 고치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을까. 일 대 일 코치 서비스비용으로 시간당 우리 돈 60만원에 달하는 고액을 부담하면서까지 전화스킬을 배우는 것은 텍스트만으로 주고받는 소통의 한계점과 문제점들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텍스트의 한계를 다양한 이모티콘이 대신하기도 하지만 활자 자체를 전달하는 이의 목소리 크기, 억양, 속도에 따라서 오해를 살 수도, 실수를 할 수도 있을 만큼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에 직접적인 소통은 피할 수 없는 극복 대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허무하리만치 간단한 방법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공포의 대상인 전화 통화를 많이 하는 것이다. 통화 대상은 가까운 가족, 친구부터 시작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과 최대한 자주 전화 통화를 하며 조금씩 전화로 하는 의사소통에 적응해가는 것이다. 물론 업무 관련, 문제해결 등과 같은 통화는 쉽게 적응되긴 어렵다. 이러한 경우는 사전에 전달사항을 메모해 정리하고 기록해두거나 전화 통화 전에 대화를 나눌 내용이나 주제를 미리 정해두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번번이 메모에 의존할 수는 없으니 조금씩 자연스럽게 통화하는 연습이 필요할 것이다.

“미안해” “좋아해” “고마워” “사랑해”와 같은 말은 활자 자체가 주는 힘이 있다. 하지만 그것에 진심이 담긴 목소리를 더하면 그 힘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클 것이다. 작은 휴대전화에 우리의 고유한 목소리를 빼앗길 순 없지 않겠는가. 이 글을 읽는 지금, 평소 걸어보지 않았던 전화 다이얼을 눌러보자.

김은성 호남대 작업치료학과 교수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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