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가 터지고 나자 블랙먼데이가 걱정된다는 기사가 신문지면을 가득 채웠다. 예상치 못한 복병이 나타났기에 전 세계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우리 금융당국도 국내에 미칠 파장에 분주히 대비하는 분위기다. 금융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불안은 투자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신규 투자보다는 안전자산 쏠림 현상을 두드러지게 한다. 세계 경제가 생산동력을 잃어버리는 어려움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가장 두려운 상황 하나를 꼽으라면 불확실성을 빼놓을 수 없다. 불확실성은 예측 가능한 그리고 균형 잡힌 판단을 어렵게 한다. 이익뿐만 아니라 투자손실 규모 역시 예측하기 어렵기에 시장은 극심한 혼란과 불안감을 안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 부동산시장은 불확실성이라는 늪에 빠졌다. 서민은 ‘빌라왕 사건’과 ‘깡통전세’로 인해 보증금 걱정으로 잠을 설치고 있다. 내 집 마련을 오랫동안 준비해온 가구와 영끌족은 금리변동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미분양 아파트 증가로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위기까지 대두되고 있다. 얼마 전 국토부 장관은 집값 바닥 밑에 지하가 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얘기하기에는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것을 에둘러 말한 것으로 짐작된다.
불확실성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될 때 그리고 일관성과 지속성이 부족할 때도 발생한다. 먼저,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이라든지, 건축 원자재 대란 등은 정부의 힘으로 선대응하기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될 때의 정부 역할은 무엇일까? 신속하고 정확한 대응으로 정부가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의 대출지원 확대를 통해 분양가 대응력을 갖추게 하는 노력, 건설 현장의 불공정을 개선해 불필요한 공사비를 절감하는 노력, 빌라왕 사건으로 어려움에 처한 신혼부부를 구제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음으로 부동산정책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부족하면 국민은 정부를 믿지 못하게 되고 각자도생의 길을 찾게 된다. 이렇게 되면 부동산시장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 아파트 미분양물량이 증가하니 3기 신도시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신도시 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은 아파트 한 개 단지를 개발하는 것과 차원이 다르다. 토지 보상 규모도 크고 주변 주택시장을 움직일 만큼 분양물량도 많다. 무엇보다 몇 년 전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민계층과의 약속이다. 부동산시장은 주택 공급이 일관성 있게 진행될 때 안정을 찾기 시작한다. 건설사뿐만 아니라 일반국민도 자신들의 자산 운용계획에 맞춰 내 집 마련을 실현해나갈 수 있게 된다.
여기에 정치권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의 일처리는 법적 근거를 토대로 시행된다. 부동산시장 연착륙을 위한 취득세 완화, 1기 신도시 특별법 제정, 부동산 보증 사고 예방과 세입자 보호를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등이 국회에서 신속하게 처리돼야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지금처럼 부동산시장이 불확실성에 놓인 적을 찾기 어렵다. 물가상승과 금리변동,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수요와 공급을 결정하는 많은 요인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가 세계 경제에 다시 등장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가 국민에게 믿음과 신뢰를 주는 것이다. 부동산시장은 심리가 크게 작용한다. 한 발짝 빠른 대책 마련과 흔들리지 않는 정책 추진이야말로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 시대에 국민이 기대하는 정부의 모습이다.
김남정 LH토지주택연구원 기획경영연구실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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