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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아이 셋 20대 병역면제’까지 등장한 저출산대책

지난 1월 출생아 수가 2만3000여명에 그쳐 월간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1년 이후 1월 기준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종전 사상 최소치는 작년 1월(2만4665명)로, 전년 동월 대비 86개월째 감소세다. 지난해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합계출산율도 세계 최저 수준인 0.78명으로, 저출산지표는 모두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해 혼인 건수 역시 19만1000여건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해 아기 울음소리 듣기는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5년간 쏟아부은 280조원이 어디로 갔는지 따질 때가 아니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대책을 직접 챙기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22일 국민의힘 정책위원회에서 30세 전 아이 셋을 낳으면 병역을 면제해주는 대책이 나와 논란이 일었다. 젊은 층에선 경제력 없는 20대가 어떻게 아이 셋을 낳느냐며 현실과 동떨어진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아이디어 차원으로, 추진할 계획은 없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여진은 계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육아 관련수당을 합쳐 18세 미만까지 매달 100만원을 지급하는 대책도 내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꼴찌인 합계출산율을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어떤 것이라도 해보자는 절실함은 국민 누구나 가진 마음이다. 기존 대책 중 효과가 없는 것은 폐기하고 실효성 위주로 재정립하겠다는 게 정부 방침이지만 넣고 빼는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안이하다. 당장 인기 위주의 선심성 정책보다 10년 장기 안목으로 실효성 있는 정책을 촘촘하게 짜는 게 중요하다.

출산율이 크게 떨어졌다가 올라간 유럽 국가들을 보면 사회적 돌봄시설의 확대와 아빠의 육아 참여를 높인 효과가 컸다. 영·유아에서 초등학생까지 폭넓은 돌봄 확대가 절실하다. 여성 출산휴가에 버금가는 수준의 아빠휴가는 필수다.

출산율만 쳐다볼 게 아니라 결혼하지 않으려는 젊은 층의 상황도 함께 들여다봐야 실효성이 있다. 결혼적령기 남녀 60%가 결혼은 ‘꼭 안 해도 된다’고 여기고, 절반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한다. 자녀가 있는 이들 상당수는 더는 안 낳겠다고 한다. 경제적 이유와 육아 문제가 크다. 20·30대에게는 연애와 결혼이 자연스러운 생애 과정이 아니라 넘기 만만치 않은 일인 것이다.

저출산대책은 일자리·교육·의료·연금·주택 등 다양한 정책과 연결돼 있다. 그런 만큼 저출산대책을 전담하는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대통령이 위원장이지만 일일이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다.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할 수 있는 실질적 권한 부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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