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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부-국회 핑퐁게임에 우리 ‘연금개혁’은 물 건너갈 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정년 및 연금 수령 연령을 2년 늦추는 연금제도 개혁에 사실상 성공했다. 대통령 비상권한을 활용해 하원 표결을 건너뛰었고, 이에 반발해 야당이 제기한 총리 불신임안이 부결된 것이다. 우리의 헌법재판소 격인 헌법위원회 승인 절차가 남아 있지만 개혁의 9부 능선을 넘은 셈이다. 연금개혁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표’를 의식해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우리 정치권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습이다.

마크롱 대통령이 연금개혁을 힘으로 밀어붙인 것은 두 말할 것 없이 미래 세대를 위해서다. 국내총생산(GDP)의 15.9%에 달하는 연금 지출로 재정 압박이 가속화되는 상황을 방치한다면 결국 그 부담은 다음 세대가 떠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프랑스 역시 30년 동안 개혁이 속도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고 행동에 나서 가시적 성과를 일궈낸 것이다. 물론 마크롱 대통령이 입은 상처도 적지 않다. 여소야대의 정치 상황에서 남은 임기 4년 동안 의회의 협력이 필요한 정책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민의 70%가 부정적이었고,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시위도 부담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장의 인기보다는 미래를 걱정하는 고독한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우리의 상황도 프랑스와 다를 바 없다. 국민연금의 경우 저출산·고령화로 재정추계 결과가 나올 때마다 고갈시점이 앞당겨지고 있다. 최근 추계로는 그 시점이 2055년이라고 한다. 이 역시 더 당겨질 것이다. 이대로 간다면 청년세대는 열심히 돈만 내고 연금은 만져보지도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사정이 이런데도 연금개혁은 한 치 진전이 없다. 정부는 국회 연금특위에서 개선방안이 마련되면 해당 내용을 반영할 것이라며 국회에 책임을 미루고 있다. 반면 국회는 보험료율과 연금수령 연령 등 모수개혁이 아닌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며 다시 공을 정부로 넘기는 모양새다. 정부와 국회가 개혁안을 놓고 핑퐁게임만 하고 있다. 게다가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와 있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 의지를 강조했지만 진척되고 있다는 소리는 들어보지 못했다.

현행 연금제도는 절대 지속 불가능하고 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정치지도자가 주저하면 개혁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역대 정권이 개혁 당위성은 인정하면서도 결과가 지지부진했던 이유다. 인기 없는 개혁은 표를 뛰어넘는 지도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프랑스 연금개혁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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