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결과를 둘러싼 정치권 논란이 갈수록 확산되는 양상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연일 비판의 강도를 높이고 국민의힘은 야당 대응과 정부 입장 감싸기에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은 한일회담을 비판하는 주말 장외집회에 이재명 대표가 직접 참석해 ‘망국적 야합’이라며 여론 주도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 기세로 보아 민주당이 쥐고 있는 ‘한일회담 대정부 투쟁’의 고삐는 쉽게 놓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야당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다. 실제 정부가 강제동원 해법으로 제시한, 이른바 ‘3자 변제 방식’은 논란의 소지가 분명 있다. 하지만 지금 펼쳐지고 있는 정치권의 비판과 대응, 내용과 표현은 전혀 적절하지 않다. 아무런 대안도 없이 오로지 정치적 유불리만 따져 자극적이고 선동적인 표현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조공 외교니, 일본의 하수인이니, 용산 총독의 일왕 알현이니 하는 극언들이 난무한다. 웬만한 사거리에는 민주당이 내건 ‘이완용의 부활’이란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다. 비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없고 정권 흠집내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가중되고 있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당 내분의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여당과 정부의 대처도 낙제점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망국’ 발언에 ‘헛소리’라며 “민주당이야말로 망국의 장본인”이라는 식으로 말꼬리만 잡을 뿐 야당과 국민에 대한 논리적인 설득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더욱이 독도 영유권과 위안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문제까지 한일회담의 의제에 올랐다는 일본 언론보도에 대한 정부 대응은 더 납득하기 어렵다. 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단호하게 차단하지 못하는 것인가. 우리 외교 당국자조차 강하게 부인하지 못하고 “논의 내용을 전부 공개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모호한 답변을 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그러니 야당도 이를 아예 기정사실화해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다.
한일 관계는 민감한 사안이 워낙 많아 정상회담을 둘러싼 논란은 불가피하다. 그렇다면 정치권은 궁극적으로 국가의 실익과 미래를 위해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란의 물꼬를 터 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야당의 ‘죽창가’식 반일 감정 자극만으로는 문제를 풀어갈 수 없다. 국내 정치를 위해 국익을 해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민과 야당에 대한 이해를 구하기에 더 진정성 있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