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1.8%에서 0.2%포인트 낮춰 1.6%로 제시했다.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에 대해 넉 달 전보다 더 비관적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반면 세계 경제성장률은 애초 전망 2.2%보다 0.4%포인트 높은 2.6%로 상향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공급망 위기, 급격한 금리인상 등 불안요인이 있지만 에너지·식량 가격하락, 중국의 완전한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등의 긍정적 신호로 세계 경제가 올해와 내년에 완만하게 회복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한국은 반도체경기 둔화와 내수 불황, 부동산시장 침체의 영향으로 이런 흐름에서 소외될 것이라는 진단이다.
한국이 세계 경제 회복세에 올라타지 못하고 뒷걸음질칠 것이라는 전망은 최근 국제통화기금(IMF)도 내놓은 바 있다. IMF는 1월 말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2.9%로 0.2%포인트 올린 반면 한국 전망치는 2.0%에서 1.7%로 내렸다. OECD나 IMF가 내놓은 올해 한국 성장률 수정 전망치는 기획재정부(1.6%), 한국은행(1.6%) 등의 전망과 엇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전망치 하락 속도가 워낙 가파르고 글로벌 투자은행이나 신용평가사들의 경우 한국 경제를 훨씬 더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는 게 문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올해 한국 성장률을 1.2%로 전망하고 있고, 투자은행 중에는 0%대나 마이너스 성장을 전망하는 곳도 많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한 건 코로나 사태가 발발한 2020년(-0.7%),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9년(0.8%), 외환위기 때인 1998년(-5.1%), 2차 오일쇼크가 터진 1980년(-1.6%) 정도다. 지금의 상황은 지난 네 번의 위기에서 확인된 한국 경제의 약한 고리가 한꺼번에 노출된 상황이다. 수출 위주 경제에서 12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1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가 227억7800만달러다. 석 달도 안 돼 지난해 연간 적자(477억8500만달러)의 48%에 이른다. 재정적자가 5년째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무역과 재정 ‘쌍둥이 적자’ 우려감도 크다. 19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가 자칫 부동산시장 경착륙과 맞물리게 되면 자산시장 붕괴와 금융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세계 경제가 복합 위기의 충격을 딛고 점차 소생의 흐름으로 갈 것이라는 OECD의 진단은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반드시 잡아야 할 동아줄이다. 우선 ‘중국과 반도체’ 2대 수출 부진을 만회할 시장 다변화에 성과를 내야 한다. 금리 동결, 부동산 규제 완화 등을 통한 내수 부양도 필요하다. 혁신의 마중물인 규제개혁으로 기업 환경을 개선해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