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1세대 기획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놓고 ‘쩐(錢)의 전쟁’을 벌인 카카오와 하이브의 분쟁이 카카오의 승리로 일단락됐다. 하이브는 카카오의 공격적인 주식 추가 매수로 지불해야 할 SM 인수가가 적정 범위를 넘기면서 손을 들었다. 카카오는 이미 확보한 SM 주식 4.91%에 예정대로 35%를 추가로 사들여 총 39.9%로 최대주주에 올라선다는 입장이다. 38일간 엎치락뒤치락하며 과열 양상마저 빚었던 SM 경영권 분쟁이 극적으로 마무리된 건 다행이다.
이번 인수전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1인 체제의 전근대적 음악 제작 관행이 K-팝의 세계화에 따라 자본과 지배구조의 현대화 요구에 밀려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번 경영권 분쟁의 불씨를 제공한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세운 개인 회사 라이크기획이 SM 소속 가수의 음악 자문과 프로듀싱료로 매출액의 15%를 가져간 건 누가 봐도 부당하다. 주주들이 행동에 나선 빌미가 됐다. 이 전 총괄은 아이돌의 세계관을 자신의 해외 부동산 투기에 이용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등 사적 이익을 위해 제멋대로 팬심을 이용했다는 논란의 중심에 서 있기도 하다. 그런 경영 혼란 속에서 지난 수년간 SM이 다른 엔터사에 밀려 뒤처지는 신세가 된 건 주지의 사실이다.
K-팝 시장은 규모가 달라졌다. 이제 국제적 분업하에서 제작되는 게 일반적이다. BTS의 메가히트곡 ‘퍼미션 투 댄스’의 작사·작곡에 세계적인 뮤지션과 영국 출신 프로듀서 등이 참여하고, 댄스·영상 등 각 분야 전문가가 모여 집단 창작한다. 세계 젊은이들의 트렌드와 기술개발 등의 빠른 수용으로 전 세계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카카오와 손 잡은 SM 경영진이 내세운 SM 3.0도 그런 측면에서 이해된다. 아티스트 한명 한명은 강력한 IP(지식재산권)로 경제 효과가 엄청나지만 이를 확장시키는 역량이 부족했다. 카카오가 SM 인수에 공을 들인 이유도 다르지 않다. SM이 보유한 IP를 IT와 접목시켜 시너지를 높일 수 있게 됐다. 웹툰, 웹소설, 음원에 마지막 퍼즐을 맞춤으로써 글로벌 수준의 종합엔터테인먼트로의 발돋움이 가능해진 것이다.
그러려면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 체계적인 멀티 제작 시스템을 통해 아티스트들이 제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하이브는 SM 인수에 손을 놨지만 그 위상이 줄어들지 않는다. 넓게 보면 K-팝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 중요하다. 안에서 다툼을 벌이는 대신 창의적인 혁신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꾸준히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엔터테인먼트기업들의 선의의 경쟁과 협력은 많을 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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