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모든 걸 말해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7일 국회에서 고개를 젖히고 천장을 무기력하게 바라봤다. 대장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관련 의혹으로 진행된, 자신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 결과 발표를 들으면서다. 이 대표는 이날 사실상 ‘정치적 불신임’을 당했다.

여야 의원 297명이 무기명으로 투표한 결과, 체포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로 부결됐다. 찬성이 출석 의원 과반(149명)에 10표 부족했다. 그러나 찬성이 반대보다 1표가 많았다는 점 그리고 169석의 민주당에서 30표 이상의 이탈표가 나왔다는 점에서 이 대표는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민주당 친명계가 진작부터 압도적 부결을 자신해왔던 터라 이날의 결과는 이 대표와 친명계 의원들에게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윤석열 정권의 부당한 정치탄압으로부터 민의의 전당인 의회의 독립성을 지켜냈고 민주주의를 수호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1표일지라도 찬성이 반대보다 많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옹색하기 짝이 없는 논평이다. 쓰린 속마음은 허무하게 허공을 바라보거나 아예 질끈 감아버린 이 대표의 두 눈과 표정에 드러나 있다.

이제 민주당과 이 대표는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특단의 선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선 민주당은 당의 진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당(私黨)’ 프레임을 속히 벗어나야 한다. 언제까지 이 대표 방탄을 위해 당이 끌려다닐 것인가. 총선이 1년여밖에 남지 않았음을 고려하면 더 그렇다. 시도 때도 없이 재판에 불려다녀야만 하는 대표가 선거 준비 및 지휘를 비롯한 당무를 제대로 소화할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부정부패 혐의로 기소된 당직자의 직무를 기소와 동시에 정지한다’는 당헌 80조의 엄격한 적용을 결단해야 할 것이다.

이 대표가 이번엔 구속을 피했지만 앞으로 쌍방울그룹의 대북 송금 및 백현동 개발 의혹 등과 관련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추가로 제출될 경우도 염두에 둬야 한다. 또 한 번 당을 시험대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의 결단이 필요한 때다. 지금이라도 불체포특권을 내려놓고 영장실질심사 등 검찰 수사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더 나아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대표직을 내려놓는 것이 맞다. 이 대표는 체포동의안 부결 후 “당내와 좀더 소통하고 많은 의견을 수렴해서, 힘을 모아 윤석열 독재정권의 검사 독재에 강력하게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당내 기류가 이미 바뀌었음은 이번 결과가 말해주고 있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