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인 국내 유니콘기업은 총 22개사다. 여기에는 토스를 서비스하는 비바리퍼블리카 등 3개의 핀테크기업이 포함돼 있다. 우리 금융산업의 첫 번째 ‘유니콘’은 이와 같이 금융시장의 신규 스타플레이어로서 활약하는 핀테크 스타트업들이다.
두 번째 ‘유니콘’은 유니콘이라는 이름의 오래된 신화처럼 환상 속의 존재들이다. 뿔이 하나 달린 흰색 말에 대한 유니콘 신화처럼 실제로 존재하는지와는 무관하게 대중의 관념 속에 존재하는, 소위 ‘빅테크’라는 이름의 신화가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의 MAGA(Meta·Amazon, Google, Apple) 등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 기반의 초거대 IT기업을 지칭할 때 빅테크라는 정의를 사용하지만 금융안정위원회(FSB)의 2019년 보고서에 인용된 신조어일 뿐이다. 특히 유럽에서 자국 시장을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보호주의 정책에 기반해 경계 대상인 미국의 거대 기술플랫폼들을 부정적 의미로 지칭할 때 ‘빅테크’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널리 회자되게 됐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거대한 글로벌 IT기업들과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이자 국내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주요 플랫폼기업들이 빅테크로 통칭된다. 문제는 이들이 금융시장 혁신과 소비자 편익증진 등에 기여한 순기능은 가려지고 근거가 미약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확대되고 재생산된다는 점이다. 화자의 의도가 신화를 만들고 각색하는 것처럼 빅테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주체의 주관적 의견이나 내면의 의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자명하다.
우리의 경우를 살펴보면, 기술기업의 금융업 진출은 우리 금융산업의 고질적인 문제인 과점시장에서의 공급자 중심 금융을 점차 소비자 중심 금융으로 바꿔가고 있으며 이는 우리 금융사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엄격한 전업주의하에서 금융회사는 자발적으로 혁신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지고 있었으나 핀테크 플랫폼이라는 외부 경쟁자의 등장으로 자기파괴적 혁신을 시도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금융혁신의 과정에서도 슘페터가 말한 것처럼 오랜 관행을 해체하고 파괴하는 아픈 과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갑자기 등장한 경쟁자에 대한 반발이 발생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앞으로 다양한 비금융기업들이 고객 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내재화해 제공하는 임베디드 금융이 확산될 것이다. 금융과 비금융은 초기 단계의 혼란을 넘어 광범위한 협력과 협업의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길이다.
다만 핀테크 서비스의 규모가 커지고 핀테크기업들의 금융업 진출이 확대될수록 금융시장 안정과 소비자 보호에 대한 논의는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하고, 핀테크기업들도 이에 적극 화답해야 한다.
아울러 성공궤도에 오른 선배 핀테크기업들이 핀테크 생태계의 후배 스타트업 육성에도 힘을 써서 수많은 진짜 유니콘을 키워내는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렇게 되면 빅테크라는 유니콘들이 지금까지 이룬 성과가 더 빛나게 될 것이다.
신화 속에서 유니콘은 일반적인 이미지와 달리 극도로 난폭한 존재라고 한다. 금융산업의 경쟁 촉진과 금융혁신을 위한 창조적 파괴의 과정에서 빅테크라는 유니콘의 고삐를 풀어주고 조금 날뛰게 하자.
장성원 한국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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