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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광진의 남산공방] 2014년부터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만 1년이 됐다고 한다. 2022년 2월 24일에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수도를 향해 국경을 넘어선 때를 기점으로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분쟁은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뒤이은 돈바스 전쟁부터였다는 점을 참작하면 현재의 우크라이나 전쟁은 2014년에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게 시작된 무력 분쟁에서 당사국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목표를 최소 4차례 변경했던 것으로 보인다. 첫 번째 목표는 2013년 11월 유로마이단 혁명으로 인한 친러 우크라이나 정권의 몰락과 그 뒤를 이은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과 4월의 돈바스 전쟁 시작시점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러시아는 돈바스지역의 분리 독립과 러시아 연방 합류가 목표였고, 우크라이나의 목표는 분리 독립 저지였다.

그리고 2022년 2월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어 키이우로 진격하면서 목표가 우크라이나 정권교체로 바뀌었음을 드러냈다. 그리고 목표 변화와 함께 폭력의 수준도 돈바스지역 대반란전 성격에서 재래식 전면전으로 확전됐다.

이어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저항으로 키이우 정권교체에 실패하자 4월부터 돈바스 완전 점령으로 목표를 전환했다. 이러한 3번째 목표 변화에 따라 러시아는 점령지역을 확대하려는 공세에 돌입했고,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무기 지원을 받으며 종심 방어로 대응했다. 그에 따라 폭력의 수준은 전쟁의 장기화라는 형태로 확대됐다.

그런 가운데 8월 들어 우크라이나가 반격을 시작해 북동부와 남부 영토 일부를 탈환하면서 이번에는 우크라이나의 목표가 변했다. 우크라이나는 이제 러시아의 침략 중지 수준을 넘어서 지금까지 상실한 모든 영토 회복을 목표로 하게 됐다. 이 같은 변화는 이미 점령지역을 9월부터 연방에 합류시킨 러시아의 조치와 맞물리면서 양국이 휴전 협상을 위해 양보할 수 있는 여지를 현저히 감소시켰다. 국가 목표의 변화에 따라 휴전 가능성 감소라는 형태로 폭력의 수준이 확대된 것이다.

이처럼 우크라이나에서 국가 목표의 변화와 뒤이은 폭력의 확전 현상은 당사국들이 그동안 감수해야 할 위험 수준을 계속 증가시켜 왔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또 한 번의 목표 변화가 있을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앞으로 더 감수할 수도 있는 큰 위험들은 이미 가까워진 것 같다. 우크라이나는 전투기 지원을 요구하고 있고, 러시아에는 동원령 확대와 우방국 벨라루스의 참전, 핵무기 사용 등의 카드가 남아 있다. 2년 전으로 시계를 돌리면 러시아의 직접 침공이나 우크라이나의 러시아를 자극할 정치적 조치들은 모두 감수할 수 없는 위험으로 간주됐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 당시 위험 감수 수준과 오늘날의 그것은 너무나 차이가 크다.

돈바스에서 시작된 위기가 지속되면서 당사국들의 위험 감수 수준도 증가됨에 따라 국가 목표의 계속적인 변화와 뒤이은 폭력의 확대가 2023년 2월 24일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의 모습이다.

오늘날 한반도에서 많은 위기를 경험해왔고, 앞으로도 있을 긴장과 위기에 대처해야 할 우리나라로서는 우크라이나에서의 확전 양상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숙명여대 석좌교수·전 공군대학 총장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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