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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저출산은 청년세대의 비명”

가임기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이 지난해 0.78명으로 떨어졌다. 세계 최저로 인구 쇼크 수준이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한국은 2020년 세계 252국 중 합계출산율이 최초로 0.8명대에 진입했는데 2년 만에 0.7명대로, 불명예 신기록을 또 세웠다. 연간 출생아 수는 50년 만에 100만명에서 25만명으로 4분의 1 토막 났다. 출생아 수가 100만명에서 50만명(2002년)이 되는 데에 30년 걸렸는데 다시 반 토막 나는 데에 20년으로 기간이 줄었다. 이런 추세라면 통계청이 최악의 시나리오로 예상한 ‘2031년 인구 5000만명 선 붕괴’도 현실로 닥칠 것이다.

인구를 유지하는 데에 필요한 출산율은 2.1명이다. 20~40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녀 수 2.09명(KDI 국제정책대학원 최슬기 교수 설문 결과)과 엇비슷하다. 2018년 이후 출산율이 1명 이하로 떨어졌지만 청년세대가 원하는 자녀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이다. 그런데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높은 집값과 사교육비 부담 등에 치여 아이 낳기를 꺼린다. 최 교수는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원하는 만큼 출산을 하지 못하는 상태이기에 저출산 문제는 청년세대의 비명 소리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정부가 청년세대의 고민을 풀어주겠다며 팔을 걷어붙이기는 했다. 지난 2005년 저출산·고령화위원회를 출범시키고 2021년까지 16년 동안 280조원을 쏟아부었다. 천문학적 돈을 쓰고도 받아든 성적표가 세계 최악의 출산율이라면 뭐가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 저출산·고령화의 원조 국가인 일본(2021년 출산율 1.3명)이 한국을 걱정하는 지경이다. 수요자의 관점은 아랑곳하지 않고 공급자적 마인드로 접근한 결과가 아닌지 되짚어봐야 한다.

프랑스, 스웨덴 등 저출산 경험 선배인 유럽 국가들의 대책은 크게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친화적 사회구조, 금전보상 등 세 가지에 집중했다. 프랑스는 육아휴직에 소득 100%를 보전해줘 출산율을 1.8명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선진 제도를 시늉만 냈거나 변죽만 울리며 실질적 도움은 안 되는 전시행정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많다. ‘둘 이상의 아이를 낳으면 대출 원금도 탕감할 수 있다’는 헝가리식 모델에 대통령실이 불호령을 내리기도 했다. “백약이 무효”라고 푸념하기 전에 얼마나 호응도가 높은 대책을 내놨는지 자성해야 한다.

저출산 문제는 미래세대의 불안을 하나씩 해소해나가야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저출산이 국가 소멸의 위기라면 지금보다 과감하고 파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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