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찬바람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중소기업 대출 중 연 5% 이상 고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새 10배 가까이 늘었다. 월별로는 지난해 11월 83.8%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연합회 등 중소기업단체 16곳이 20일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비판하며 과도한 대출금리 인상 자제를 촉구한 배경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예금은행의 중소기업 대출(신규취급액 기준) 중 금리가 연 5% 이상인 대출의 비중은 연간 평균 28.8%였다. 전년(3%)의 9.6배이자 2013년(38.0%)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같은 기간 대기업 고금리 대출 비중이 2021년 3.0%에서 지난해 18.9%로, 6.3배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2015년부터 기준금리가 연 2% 아래로 내려가면서 중소기업 고금리 대출 비중은 10% 초반대를 유지했다. 2019년엔 8.6%로 줄었다. 이후 코로나19 확산으로 3%대(2020년 3.6%, 2021년 3%)까지 뚝 떨어졌다가 지난해 30%에 육박하게 급증했다. 2022년 8월부터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급격히 올린 여파다. 고금리 대출 비중을 월별로 나눠보면 지난해 1월 5.4%에서 지난해 11월 83.8%까지 치솟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2월(92.3%) 이후 약 14년 만에 최고치다.
문제는 고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한계에 내몰리는 중소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 사태를 거치며 늘어난 대출 규모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비용 부담을 가중하는 형국이다. 지난해 말 현재 중소기업의 대출 잔액은 953조4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236조7000억원이나 증가했다. 수출과 소비가 얼어붙어 돌파구를 찾기도 쉽지 않다.
국내 은행들의 과다한 예대마진과 성과급 돈잔치, 이자에 의존하는 수익구조는 입이 아플 만큼 지적돼왔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한 약탈적 영업”이라며 “독과점 체제 개선 및 경쟁 촉진을 위해 새로운 사업자 진입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당장의 생존에 허덕이는 중소상공인들에겐 ‘먼 얘기’일 뿐이다. 올 9월까지 상환이 유예된 코로나 피해 소상공인·자영업자 57만명의 대출금 141조원에 대한 이자 감면 등 ‘발등의 불’부터 꺼주는 실질적 조치가 필요하다. 저금리 대환대출의 한도와 지원 범위 확대, 은행의 상생기금(현 5000억원) 대폭 확충도 긴요하다. 취약차주로부터 거둬들인 이자수익은 경기가 어려울 때 나눌 수 있어야 건강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