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신성장4.0 전략’의 로드맵을 내놓았다. 지난해 말 발표했던 신성장4.0 전략이 계획 단계를 넘어 본격적인 실행 모드에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정부는 2025년까지 민간 도심항공 모빌리티(UAM) 상용화, 국산 디지털의료기기 5개 이상 제품화 등 15개의 프로젝트를 발굴한다는 구체적인 목표까지 설정했다. 32년까지 달 착륙선을 만들어 발사한다는 계획도 있다. 물론 빅딜 수주 릴레이 등 15대 프로젝트를 채우기 위한 말풍선이 없는 건 아니지만 뜬구름 잡는 희망고문식 어휘 나열 수준은 확실히 넘는다.
사실 그럴 여유가 없다. 그만큼 세상은 급박하게 돌아간다. 출발이 하루 늦으면 과정에서 한 달이 지연되고 결과는 1년 뒤처지는 게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게다가 올해 한국 경제는 심각한 고비다. 세계 경기는 내리막이고 반도체업황은 최악이다. 불확실성은 극대화하는데 금리상승은 여전하고 수출·투자 부진이 이어진다. 오죽하면 정부까지 경기침체를 공식 인정할 정도다. 변화와 충격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재도약의 모멘텀으로는 신성장4.0 로드맵만 한 것이 없다. 적어도 시기적으로는 최적인 셈이다.
중요한 것은 가시적 성과다. 성급한 건 피해야 하지만 느긋해선 더욱 안 될 일이다. 신성장4.0 전략은 애초부터 민간 주도에 정부 보완이란 콘셉트로 출발했다.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민간의 아이디어와 역량을 기반으로 구상됐다. 민간 자생적으로는 추진이 어렵거나 민·관 공동 투자가 필요할 경우 재정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거들뿐이란 얘기다.
그럼에도 성공의 핵심 관건 역시 정부에 있다. 기업이 연구하고 투자해 상업화할 여건과 환경 마련에 정부의 역할이 무엇보다 필요하기 때문이다. 바로 애로 사항을 해소해주는 규제개혁이다.
기술의 상용화에는 무엇보다 관련 법규의 손질이 절실하다. 도심항공 모빌리티사업은 적어도 개발 단계, 일정 지역에서만이라도 항공안전, 보안, 공항시설법 등 얽히고설킨 관련법의 해방구가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역시 통신 방식의 결정과 성능 인증제도가 선행돼야 비로소 날개가 펼쳐진다. 뇌융합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디지털 치료기기는 의료데이터의 활용 등 관련법으로 통로를 뚫어주지 않으면 상업화에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한다.
규제개혁의 출발은 부처 간 칸막이 제거다. 안일한 책임 회피에서 벗어나 철밥통 내려놓기부터 해야 한다. 힘 있는 프로젝트매니저(PM)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래야 신성장4.0 전략이 국민소득 5만달러 시대를 열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