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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 화물운송시장의 지입제 개선이 필요한 이유

지난 1월 18일 국토교통부는 화물운송시장 정상화방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공청회에서는 3년 일몰제로 도입된 안전운송운임에 대한 개편방안과 함께 화물운송시장의 고질적 병폐에 대한 정상화방안을 다뤘다.

한국 화물운송시장의 특징으로 육상운송의 경우 도로운송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영업용 화물운송의 경우 대부분 개인 화물차주(개인사업자, 위수탁 차주) 위주로 형성돼 영세한 산업구조를 보인다. 총 44만5000대 화물자동차 중 개인 소유 화물차가 43만2000대로, 전체의 97%를 차지한다. 가장 문제가 되는 사안으로 지입제(위수탁), 번호판 구입비용, 다단계 관행, 최저가 입찰 등이 개인 화물차주와 운송사가 지적하는 사항이다.

일반적으로 지입제로 알려져 있는 위수탁제의 경우 차주가 운송사로부터 영업권을 대여해 운영하는 것을 뜻한다. 위수탁제하에서 화물차주는 차량 구매 및 관리, 유류비 등 운영 책임을 지며 운송사에 매달 위수탁료를 지급하게 된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일감 제공 없이 위수탁료에만 의존하는 위수탁 전문회사를 들 수 있는데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 특히 개인 화물차주에게 과도한 부담이 발생한다.

실제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8년 9월 한 트레일러운전자 50대 남성이 부산 거가대교에서 소란을 피운 사건이 있다. 이 화물차주는 위수탁계약 형태로 1500만원을 들여 번호판을 구입했으나 일감을 제대로 받지 못했고, 차량할부금, 유류비 등과 함께 지입료까지 더해진 다달이 1000만원 상당의 유지비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분노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위수탁계약에 따른 ‘번호판 사용료’는 2000만∼3000만원, 위수탁료는 월 20만∼3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외에도 일감수수료와 같은 부당한 금전 요구, 번호판 사용료 미반환, 기존 위수탁계약 부당 해지 등 많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위·수탁 계약 시 차주 소유의 화물차 명의도 운송사의 명의로 등록되고, 영업권이 제한돼 있는 상황에서 차주는 번호판을 빌릴 운송사를 찾아다녀야 하므로 위·수탁계약은 운송사와 차주가 동등한 위치에서 맺어진다고 보기 어렵다. 특히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경험이 부족한 화물차주는 일부 부도덕한 운송사의 부당 금전 수취 대상이 되기 쉽다.

따라서 지입제를 개혁하는 것이 차주들의 소득 여건을 개선하고 앞으로 화물운송시장을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있게 만드는 근본적인 해결, 즉 핵심 열쇠라 하겠다. 정부가 말하는 공정과 상식에 맞는 화물운송시장은 바로 이러한 구시대적인 지입제도를 개편하는 것을 포함해야 한다. 화물운송시장에서의 주체들이 각자 최선을 다한다 하더라도 주체들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거나 시장 실패가 일어나는 경우 공적 영역에서의 개입이 필수적이고 이를 통해서만 개선이 가능하다.

2023년 새해가 밝은 지 어느덧 한 달 반이 지났고 국토교통부 주최의 공청회가 개최된 지도 한 달이 다 돼간다. 화물운송시장의 오랜 관행인 지입제의 폐단이 사라지고 화물차주의 처우가 개선될 수 있게 관련법의 조속한 개정과 시행을 기대해본다.

안승범 인천대 교수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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