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원자력 발전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발전 비중도 6년 전인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최근 올라온 한전의 전력통계월보를 보면 지난해 원전 발전량은 17만6554GWh(기가와트시)로, 전년(15만815GWh)보다 11.4% 증가했다. 원전 발전량이 17만GWh를 넘어선 것은 지난해가 처음이다. 당연히 역대 최고 기록으로, 종전 최고였던 2015년(16만4762GWh)보다도 1만GWh 이상 많았다.
원전 비중도 높아졌다. 지난해 전체 발전량(59만4392GWh) 중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29.6%로, 전년 대비 2.2%포인트 올라갔다. 2016년(30.0%) 이후 가장 높았지만 탈원전 정책 이전으로 겨우 되돌아간 수준이다.
지난해 원전 발전 비중이 커진 것은 윤석열 정부가 에너지 안보와 전력 수급 안정화를 위해 원전 가동률을 적극적으로 올린 결과다. 한전도 석탄, 가스 등 에너지 가격 급등에 대응해 경제성 높은 원전 발전 의존도를 높였다. 앞으로도 비중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준공이 완료된 신한울 1호기와 보수공사를 마무리한 한빛 4호기가 올 들어 본격 가동에 들어갔고 오는 9월이면 신한울 2호기까지 준공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기존 원전의 계획정비도 강화해 고장에 따른 가동 중지 기간을 적극 줄여나가기로 했다. 실제로 지난해 원전 가동 중지 기간은 재작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다.
하지만 아쉬움도 적지 않다. 신한울 1, 2호기의 상업 가동이 3년이나 지연되지 않았다면 원전 발전 비중은 좀 더 빠르게 커졌을 게 분명하다. 두고두고 안타까운 대목이다. 유례 없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전 국민이 전기료 폭탄으로 허우적대는 상황이어서 더 그렇다. 원전이 전기료 폭탄을 피할 수는 없다 해도 경감시킬 요인으로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원전은 당연한 방향이다. 원전의 발전 단가는 52.5원으로, 무연탄(202.4원), LNG(239.3원)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를 대표하는 태양광의 4분의 1에 불과한 이산화탄소 배출량까지 포함하면 경제성은 더 크다. 미세먼지 같은 오염물질도 없다. 오죽하면 사회비판적인 영화를 주로 만드는 올리버 스톤 감독이 다큐멘터리 영화 ‘지금 원자력!(Nuclear Now!)’을 만들어 환경보호론자들을 공격했을까.
무엇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우리는 주기적으로 터지는 에너지 폭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50년 전 오일 쇼크 때도 그랬고, 지금도 똑같은 일을 겪는다. 미래에도 마찬가지다. 원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수출산업은 덤이다. 안전이 담보돼야 함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