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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5년새 70% 증가한 근소세...더 얇아진 유리지갑

지난해 정부가 근로소득세로 57조4000억원을 거둬들였다. 1년 사이 10조2000억원(21.6%) 늘었다. 5년 전인 2017년과 비교하면 무려 23조4000억원(68.8%) 증가한 수치다.

정부는 월급을 받고 일하는 근로자(임금근로자) 수가 늘고, 급여도 오르면서 근로소득세수가 증가했다고 설명한다. 실제 국세청 ‘국세통계’를 보면 2021년 귀속 연말정산 신고를 한 근로자 수는 1995만9000명이다. 이들은 평균 4024만원을 총급여로 신고했다. 5년 전인 2016년 귀속 연말정산 때보다 신고 인원은 약 222만명(12.5%), 급여는 약 664만원(19.8%) 늘었다.

문제는 소득이 투명하게 드러나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의 세 부담만 두드러지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사업자나 자영업자가 주로 내는 종합소득세 수입은 지난해 23조9000억원으로, 5년 전인 2017년 16조원과 견줘 49.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국세 수입(국세 수입 전부를 합한 액수) 증가율 49.2%와 큰 차이가 없었다.

윤석열 정부는 ‘월급쟁이가 봉이냐’는 직장인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지난해 과세표준 구간을 조정해 중·저소득자의 세금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소득세제를 개편했다. 6% 세율이 적용되는 소득세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15% 세율이 적용되는 1200만∼46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5000만원 이하로 각각 올렸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역부족임이 이번에 확인됐다. 중산층이 몰려 있는 5000만원 초과~8800만원 이하 소득세는 2010년에 손본 뒤(25→24%) 제자리걸음이다. 그로부터 해마다 물가와 연동해 명목소득도 올랐지만 소득세율과 구간 체계는 14년째 유지되고 있다. 이 부분만 현실화해도 유리지갑 사정은 좀 나아질 것이다.

물가는 지금 5%대에서 내려올 줄을 모른다. 직장인들이 식료품과 서비스, 난방료, 공공요금 인상으로 체감하는 물가는 두 자릿수를 훌쩍 넘는다. 건강보험료 등 각종 준조세도 줄줄이 뜀박질하고 있다. 급등하는 물가로 실질소득은 줄었는데 세금만 많이 나가니 일할 맛이 나지 않는다는 푸념이 여기저기서 들린다.

현행대로 가면 올해 근로소득세 수입은 60조원을 돌파(60조6000억원)할 것이란 전망이다. 유리지갑이 더 앏아지면 소비침체 가속화로 가뜩이나 어렵다는 올해 경기는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경제의 버팀목인 중산층의 생활을 안정화하려면 소득세 틀을 한시바삐 손질해야 한다. 대다수 선진국에서 적용한다는 물가연동소득세 도입도 차제에 심도 있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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