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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與전대 본경선, 집권당의 품격과 비전 보여야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를 선출하는 3·8 전당대회 본선 레이스가 시작됐다. 지난 10일 발표된 예비경선(컷오프) 결과, 김기현·안철수·천하람·황교안 후보가 당대표 본경선에 올랐다. 이들은 13일 제주에서 열린 첫 합동 연설회에서 각자 정견을 발표하면서 지지세 확보에 돌입했다. 새 당대표는 내년 4월 총선을 진두지휘하기에 여느 경선보다 중요한 의미가 있다. 총선 성적에 따라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이 동력을 얻을지, 거꾸로 표류할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컨벤션 효과’라는 말이 있듯이 전당대회는 떠들썩하기 마련이다. 치열한 경합이 벌어져야 국민적 관심을 불러모으는 축제의 장이 될 수 있다. 후보 사이에 낯을 붉히는 공방과 갈등도 불가피하다. 흥행을 끌어내려면 후보 간 승부에 치고받는 재미가 더해져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도를 넘는 네거티브나 흑색선전, 마타도어까지 용인돼서는 곤란하다. 선의의 경쟁과 파괴적 경쟁은 구별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여당은 지난 예비경선 과정이 어땠는지 돌아봐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 전례를 찾기 어려운 대통령실의 노골적 개입과 친윤 후보 밀어주기, 윤심팔이 경쟁 등이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본경선에서는 윤심만 좇는 구태에서 벗어나 집권당의 비전과 정책을 놓고 경합하길 바란다.

그런데 안철수 후보와 양강을 형성하는 김기현 후보의 거친 공세는 본경선에서 되레 진흙탕 싸움이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낳는다. 그는 본경선 직전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과 충돌이 불가피하고, 결국 탄핵에 이를 우려가 크다고 했다. 앞서 그의 후원회장이던 신평 변호사가 “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윤 대통령이 탈당하고 신당 창당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고 한 것과 맥락을 같이한다. 탄핵은 헌정질서의 중단을 의미하고 분당은 당의 존립을 흔드는 중차대한 사인이다. 한 지붕 안의 경쟁 후보에게 이 같은 ‘역적’ 프레임을 씌우는 것은 금도를 넘는 것이다. 이 정도로 상대를 불신하면서 김 후보는 한편으로 ‘연(연대)·포(포용)·탕(탕평)’을 외치고 있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정도 정당해야 한다.

지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전당대회인지, 분당대회인지 헷갈릴 정도로 네거티브전으로 흐르고 있다. 집권당 대표를 뽑는 선거다운 품격과 비전 경쟁이 보이지 않는다. 전당대회의 궁극적 목표가 내년 총선과 윤석열 정부의 국정동력이라면 민심을 얻는 경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개혁과제 수행과 경제회복방안 등 국가의 미래를 두고 더 나은 대안을 제시하는 생산적 경쟁이어야 민심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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