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는 10%가량 뛰었다. 주말 쇼핑몰은 인산인해다. 인기 있는 곳은 저녁 장소예약이 쉽지 않다. 골프장 회원권 값도 바닥을 치고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올해 경기침체는 정도의 차이일 뿐 외통수일 터인데 안전벨트를 너무 빨리 풀려 한다는 걱정이 앞선다.
지난주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긴축 완화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45분 동안의 회견에서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인플레이션 둔화)’이란 단어를 무려 15번이나 언급하면서다. 올해 내로 금리인상을 마무리할 것이란 기대에 시장은 환호했다.
하지만 파월은 “인플레에 승리 선언을 하기는 이르다”고 토를 달았다. 신중한 그가 빠져나갈 여지를 둔 셈인데 실제로 파월 회견 이틀 뒤에 ‘화끈한’ 고용지표가 발표되며 금리인상 종료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
미 고용부 발표에 따르면 1월 비농업 신규 고용 규모는 51만7000개로,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8만7000개)를 3배 가까이 웃돌았다. 실업률도 3.4%로 내려가 54년 만에 최저치였다. 고용추세지수도 개선됐다. 콘퍼런스보드가 집계하는 올해 1월 고용추세지수(ETI)는 118.74로, 전월 수정치인 117.06보다 상승했다. 이는 2개월 연속 오른 것으로, 이 지수가 상승하면 고용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고용시장이 뜨거우면 임금이 올라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이 금리 고삐를 늦추는 데 주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국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물가가 정점을 찍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명목금리(은행의 저축성 수신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실질금리가 사상 처음으로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명목금리보다 물가가 더 뛰며 나타난 현상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올해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은도 섣불리 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는 말이다. 게다가 미 연준의 금리인상 행보를 놓쳤다가는 양국 간 금리 격차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 재무장관을 지낸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일관되게 경고하고 있다. “2~3년 전 관점에서 볼 때 여전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물가상승률이 높은 수준이다. 미국 경제가 위기를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건 큰 실수다”(5일 CNN 인터뷰). 남의 얘기가 아니다. 더구나 주력 부문인 수출과 주력 상품인 반도체에서 기록적으로 뒷걸음질치고 있는 한국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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