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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여전한 고금리·고물가, 길어질 인내의 시간

미국은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섰고, 한국의 물가는 횡보했다. 시장의 예상대로다.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경제 상황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5.2% 상승했다. 지난해 11월, 12월 두 달 연속된 5.0% 벽이 아래로 깨지길 바라는 기대감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30% 가까이 오른 전기·수도·가스료와 한파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 상승을 고려하면 벌써 6개월째 이어지는 5%대 물가는 오히려 다행이다.

사실 정부가 보는 물가 전망도 2분기 4%대, 하반기 3%대다.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직접 언급한 내용이다. 하지만 줄줄이 대기한 공공요금 인상, 에너지 가격 인상을 고려할 때 거의 희망사항에 가깝다. 고물가의 진정세는 아직 멀고 먼 훗날 일이다. 게다가 지금 물가 하락이 나타난다면 그건 정책 효과라기보다는 디플레이션의 결과로 봐야 한다. 안 그래도 새로운 전망이 나올 때마다 성장률 예상치가 떨어지는 침체 우려 속의 올해 한국 경제 아닌가. 그건 더 참담한 얘기다.

그나마 다행인 건 글로벌 금리 인상 속도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는 1일(현지시간) 올해 첫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했다.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을 밥먹듯 해오다 지난해 말 빅스텝(0.5%포인트)에 이어 이번엔 베이비스텝(0.25%포인트)이다. 확실한 속도조절이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완화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앞으로도 두어 번은 더 올려야 할 것”이라고까지 말했다.

이번 인상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4.50~4.75%가 됐다. 결국 금리 정점을 5.25%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중요한 것은 한미 간 금리 차다. 현재는 상단 기준 1.25%다. 앞으로 최대로 벌어져도 2%를 넘지는 않는다. 감내 가능할지는 단언할 수 없다. 바로미터는 환율이다. 지금 외환시장은 안정적이다. 달러당 1220원대로, 10개월 내 최저 수준일 정도로 우호적이다. 오는 23일 열릴 금통위의 금리정책에도 한층 숨통이 트였다. 인상해도 베이비스텝이고 오랜만에 동결을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속도조절이 더 필요한 건 오히려 미국보다 우리다.

그럼에도 고금리와 고물가는 여전하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폭풍의 정점에 거의 왔을 뿐이다. 거기서 한동안은 머무르게 된다. 하락으로 돌아서기까지는 아직 멀었다. 2%대 물가만 해도 올해는 물 건너 간 일 아닌가. 저금리 시대로의 회귀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아직 고통과 인내의 시간은 길고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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