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관치(官治) 논란이 불거졌다. 금융위원회가 신년 업무보고에서 ‘주인이 없고, 중요한 기업’들의 후계자 선정 및 선임 절차에 문제가 있어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이 곧바로 맞장구를 치면서다.
윤 대통령의 말은 단도직입적이다. 윤 대통령은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기업에도 스튜어드십(Stewardship·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는 지침)이 작동해야 한다”면서 “금융산업은 공공재 측면이 있어 지배구조의 공정·투명성에 대한 관심은 관치가 아니다”고 못박았다.
실명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누가 봐도 화살은 4대 금융지주(KB, 신한, 하나, 우리), 포스코, KT 등으로 향해 있다. 관치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던 곳들이다. 특히 4대 금융지주는 사모펀드 환매 중단, 거액 횡령 사건 등으로 CEO 책임론이 불거졌고, 종국에는 교체 여부를 놓고 관치 논란으로 이어졌다.
사실 금융지주 CEO들의 ‘셀프 연임’은 문제시된 지 오래다. “자기 사람들로 사외이사들을 채우고 장기 집권하며 강력한 임원 인사권으로 ‘왕국’을 구축했다. 이러니 CEO만 바라보는 ‘줄서기 문화’가 팽배하고 차기를 놓고 암투가 벌어지는 구태가 반복돼왔다.”(금융감독원 국장)
하지만 ‘주인 없는 기업’의 지배구조 개혁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율과 관치 사이에서 절묘한 줄타기가 필요하다. 윤 대통령이 언급한 ‘스튜어드십’도 과도하게 행사하면 문재인 정부 때처럼 금방 ‘연금 사회주의’ 논란에 휩싸일 것이다.
그래서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한 정부 개입을 업무와 사람으로 나눠 접근하는 것은 어떨까 제안한다. 우선, ‘주인 없는 기업’들이 본연의 업무와 관련해 자율 경영에 실패(시장실패)해 시장 안정, 소비자보호 등의 가치가 훼손될 경우(금융 사고 등)에는 정부의 적극 개입을 허용 내지 권장하는 것이다. 이는 관치라기보다 관리로 보는 게 맞다. 이마저도 안 하면 직무유기가 아닐까.
반면 ‘주인 없는 기업’들의 인사에 대해선 정부 개입을 최소화하는 게 맞다. 대신 자질이나 자격 등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처럼 거액의 과징금을 법인에 매겨 주주나 시장의 압력에 의해 CEO가 물러나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것 역시 관치라기보다 관리다. 지금처럼 정부가 직접 나서 사퇴를 강요하니, 관치로 뭇매를 맞는다.
“관(官)은 치(治)하기 위해 존재한다”에서 “관(官)은 관리(管理)하기 위해 존재한다”로의 인식 전환을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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