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후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첫 주례회동(2022년 6월 13일)에서 “규제개혁이 곧 국가성장”이라고 말했다. 이후 줄곧 ‘규제개혁’을 입에 달고 다녔다.
윤 대통령 취임 9개월이 다 돼가는 지난 주말 꼭두새벽에 김영환 충북도지사는 애타는 하소연을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렸다. 절절하다. “규제폭탄의 물벼락을 맞고 있는데 그냥 있을 수 없다. 머리띠 두르고, 활주로에 드러눕고, 감방 갈 각오로 나서겠다”며 울분을 쏟아냈다.
잠깐 들어보면 ‘종합 규제 세트’다. 첫째, ‘청주 오송3생명과학 국가산업단지 조성사업’은 농업진흥지역 규제에 막혀 있다(농림축산식품부). 둘째,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 개발은 하수처리시설 규제에 막혀 있다(환경부). 셋째, 청주국제공항의 화물항공기 이착륙은 활주로 길이 규제에 막혀 있다(국토교통부). 김 지사는 “윤석열 정부의 장관이 두렵고, 세종시의 공무원들이 정말 두렵다”고 했다.
충북 사례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김 지사가 총대를 멨기에 도드라진 것이지, 각종 규제사슬에 속태우는 지방자치단체가 어디 충북뿐이겠나. 또 더 나아가 지자체뿐이겠나. 각종 ‘모래주머니’를 달고 뛰는 기업들은 더 심할 것이다. 이런 게 모여 결국 ‘규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만든다.
다소 감정을 추스린 김 지사는 30일 규제개혁 관련 긴급 간담회를 열어 규제 철폐 의지를 재확인하며 “규제 철폐가 혁신 중의 혁신이며, 신성장동력”이라고 했다. 지난해 윤 대통령의 일성(一聲)과 다르지 않다.
김 지사는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캠프에 몸담았던 인사다. 지금은 중앙정부와 손발을 맞춰야 할 자치단체장이다. 그런 그가 격한 하소연을 돌발적으로 쏟아낸 터라 적잖이 화제가 됐다. 윤 대통령에게도 전달됐을 터이다. 국민의힘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도 곧바로 “김 지사가 규제에 신음하는 지자체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다”며 “규제 법령을 정비하겠다”고 화답했다.
활용할 채널이 있으니, 이제 좀더 절제된 대응을 김 지사에게 촉구한다. 드러눕고, 감방 가는 게 능사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김 지사가 긴급 간담회에서 “충북도민과 정치권, 전국 지방자치단체장과 힘을 모아 대한민국을 살리는 규제 철폐 운동을 전개하겠다”는 합리적 방안을 언급한 건 다행이다.
김 지사의 돌출 발언이 다소 거칠었지만 공무원들은 새겨들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기업인들에게 “공무원들을 상대하실 때 ‘갑질이다’ 싶은 사안은 제게 직접 전화해 달라”고 했다. 공무원이 무서워할 대상이 돼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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