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으로 다가온 ‘글로벌최저한세’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대한상의를 비롯한 경제단체들도 정부가 제도 시행에 신중했으면 하는 입장이다. 국제 조세 흐름에 너무 적극적으로 발맞추다 자칫 우리 기업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최저한세는 다국적 기업이 조세피난처를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매출 7억5000만유로(연결재무제표 기준) 이상 다국적 기업의 자회사가 해외에서 최저한세(15%)보다 낮은 세율의 세금을 냈으면 본사 소재지 국가에 차액을 납부토록 하는 제도다. 2024년부터 모든 국가가 동시에 시행하자는 것에 지난해 7월 OECD와 G20를 통해 합의했다. 우리도 지난해 말 관련법을 통과시키며 발빠르게 대응해왔다. 문제는 이 국제적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2024년 출발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 가능성은 작지 않다. 가장 강력하게 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던 미국과 EU가 주춤거리기 때문이다. 사실 애초부터 합의가 온전하지 못했다. 폴란드, 헝가리 등은 여전히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EU가 권역 내 법제화를 진행하기도 어려워졌다. 미국도 하원에서 여야 할 것 없이 반대 의견이 속출한다.
다자 간 합의는 모든 나라가 똑같은 잣대로 재도록 법을 고쳐야 시행이 가능하다. 그런데 자국 내에서 법제화 작업을 마친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10여개국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로 출발하면 국제 조세 소송만 양산된다. 법 해석도 가지가지라서 어떤 결론도 심한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하다. 국제변호사들 배만 불려준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쯤 되니 다른 국가의 움직임을 지켜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법안을 처리했다는 불만이 나온다. 우리 기업들만 먼저 글로벌 세금 족쇄를 찬다는 경제계 일부의 지적도 틀린 말은 아니다.
다자 간 과세 협상도 무역대국 한국으로선 자유무역협정(FTA)만큼이나 중요하다. 국제 흐름에 뒤떨어져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미 다른 나라들이 보여줬듯이 글로벌 과세 흐름에도 자국중심주의는 여전하다. 우리 정부도 기업들이 처한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얘기다. 지지부진, 여유만만해서도 안 되지만 성급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현재 진행된 세법개정안이 용어 정의와 적용 대상 등 취지와 목적에 관련한 것이 대부분이란 점이다. 가장 중요한 기술적 내용과 이행 체계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을 통해 결정된다. 이건 아직 미정이다. 다른 나라의 합의 사항을 반영해가며 만들면 된다. 충분히 시간이 있다. 지나친 우려 역시 금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