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공포가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요양병원으로 바뀐 유치원·어린이집·결혼식장도 많다. 지나친 인구밀집을 우려하는 서울과 수도권 학교들도 이제는 빈 교실이 흔하고 심지어 학생 수를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곳까지 나올 정도다.
미래는 더욱 암담하다. 두 남녀가 만나 한 명의 자녀조차 낳지 않는 1 미만 극악의 출산율이 벌써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100년 후쯤에는 산술적으로 ‘한국인’이라는 인종 자체가 역사책에만 존재하게 된다는 계산도 가능한 대목이다.
하지만 우리의 출산정책은 여전히 배려와 시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각종 사회서비스를, 또 약간의 현금을 주면 다시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탁상행정 그 자체다. 말로는 심각하다면서도 독신세·비출산세 같은 공격적 출산정책은 여전히 외면 중이다. 왜 출산을 안 하고 또 결혼을 안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 연구와 관찰, 이해가 생략된 결과다.
21세기 대한민국 사람들은 주변국보다 2년가량 늦게 학교에 가고 또 늦게 사회에 진출한다. 여기에 결혼과 결혼 후 가정소득의 중심축인 남성에게는 의무 복무 2년까지 더해지니, 나이 30 즈음에나 제 밥벌이를 할 수 있다.
반면 소비 눈높이는 선진국 수준이 된 지 오래다. 20대에 해외여행이나 자동차, 명품, 호캉스 등은 어느새 필수품이 됐다. 서울 수도권 아파트, 호텔결혼식이 결혼조건으로 공공연하게 입에 오르내린다. 억대 연봉자도 감당하기 힘든 소비 수준을 배우자 후보에게 당연한 조건으로 요구하기도 한다. 최근 10만원 축의금 논란도 그 단면이다.
그러다 보니 결혼과 출산 시작점도 점점 뒤로 갈 수밖에 없다. 평균 첫 혼인 연령이 32세를 넘어선 지도 제법됐다. 10년 전, 20년 전보다 약 5년에서 6년 이상 출발점이 후퇴했다. 심지어 30대 남녀 절반 이상이 아직도 미혼, 딩크라는 이름으로 나 홀로 라이프를 즐기고 있다. 의학적으로 적정 출산과 양육 연령을 훌쩍 넘겨 결혼을 하고 또 첫 출산을 하다 보니 자녀도 안 낳거나 낳아도 1명, 2명을 넘기 힘들다. 아기 울음소리가 사라진 사회를 스스로 자초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심지어 정부나 지자체 정책 중에는 나 홀로 사는 젊은이들은 돕는 것도 많다. 젊은 미혼 남녀에게 좋은 위치에 편리한 최신 주택을 저렴하게 제공하거나 아기 대신 반려견과 함께 사는 환경을 내세운 독신자 주택을 공공기관이 직접 만들고 홍보하기도 한다.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게 축하금을 지급하는 기업도 나온다. 과연 저출산을 우려하는 국가, 사회, 기업이 맞는지 의심될 정도다.
진짜 저출산을 걱정하고 또 개선하고 싶다면 해답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 ‘늘어난 배움의 기간, 늦은 사회 진출, 나 혼자 먹고살기에 좋아진 환경과 제도, 지나치게 늘어난 연애·결혼·출산비용이라는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 악순환을 끊을 도구는 출산과 양육 지원 확대라는, 득표에 도움되는, 서로 좋은 정책이 아닌 ‘독신세·비출산세’ 중과 같은 인기 없는 단호한 정책이다. 당장은 욕을 먹고 표를 잃을 수도 있지만 100조원에 가까운 혈세를 쓰고도 사태만 더 악화시킨 지난 10여년의 정책을 방치한다면 우리 모두가 ‘제2의 이완용’이 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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