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을 다짐하는 새해 벽두이다 보니 정치권에서도 정치개혁 논의가 활발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언론 인터뷰에서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고 제안하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3월 안에 선거법 개정을 끝내자고 화답했다. 김 의장은 이에 더해 개헌 논의를 위한 국회 헌법개정특위도 출범시키겠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 도입을 위해 개헌하자고 했다. 민주당 자체 개헌안을 3월께 내놓겠다는 계획도 덧붙였다. 이홍구·김부겸 전 총리, 김원기·김형오·정의화·정세균 전 국회의장 등 30여명의 여야 원로도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합의정치를 하라’는 취지의 성명 발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의 당사자이자 대상인 여야 의원들도 나섰다. ‘초당적 정치개혁 의원모임’이 16일 첫 준비 회의를 열고 활동을 개시했다. 최근 여야 대립이 극심한 상황에서 여야 의원 약 60명이 모임을 결성하고 14명이 한자리에 앉은 것은 이례적이다. 지금대로 가면 정치권 전체가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그만큼 큰 것이다. “지역구도나 양당 간 극단 대결, 무한 정쟁이 반복되며 국정이 표류하고 국민이 분열되는 정치는 더는 곤란하다. 이러다간 정치도 망하고 나라도 망하게 생겼다”(국민의힘 조해진), “정치가 우리 사회의 갈등을 조정하고 완화하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데 반대로 가고 있다. 정치 때문에 갈등이 심화하고 분열되고 서로 배제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민주당 정성호), “의원들이 극단적 진영 대결로 힘들어하고 정당도 팬덤 정치, 진영 정치에 시달리고 있다. 정치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임계점에 와 있다”(정의당 심상정) 등 개혁파 의원들의 문제의식은 현실을 직격한다.
문제는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아낼 그릇이다. 혹자는 승자독식의 제도에 문제가 있다며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치자고 하고, 혹자는 지역주의와 양당제의 폐해를 없애자며 중대선거구제로의 전환을 얘기한다. 학자 가운데는 지역구에서 절반을 뽑고, 실제 의석은 정당 득표율만큼 가져가는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이상적이라고 한다. 이 같은 백가쟁명식의 주장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우리 현실에 부합하는 것부터 합의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 총선에서 ‘꼼수 위성정당’ 문제가 불거진 만큼 선거법 개정부터 손봐야 한다.
여야가 정치개혁에 진정성이 있다면 무엇보다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 명분과 당위성으로 시작된 개혁작업이 각론에서 어그러지는 일을 수없이 봐왔다. 이번에도 반복되면 정치 혐오만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