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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연초부터 심각한 무역적자, 규모보다 내용이 더 문제

연초부터 무역전선이 심상치 않다. 예상 밖의 이상 징후가 너무 많다.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모습이다.

12일 관세청이 발표한 1월 1일부터 10일까지 수출입 현황(통관 기준 잠정치)을 보면 수출은 139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0.9% 감소했다. 최근 3개월간 5~14%의 감소세를 고려하면 대단한 선방이다. 수입은 201억달러로, 6.3% 증가했다. 수입증가율도 지난해 12월 깜짝 감소(-2.4%)에서 불과 한 달 만에 증가로 반전된 게 아쉽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문제는 무역수지다. 이제 고작 열흘치 통계일 뿐인데 적자가 무려 62억7200만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1월 한 달 전체 적자(49억5400만달러)보다 많다. 그야말로 쇼크다. 올해 1월 말 통계는 얼마가 될지 벌써부터 무서울 정도다.

특히 적자의 원인은 더 우려를 낳는다. 그동안 무역수지 적자는 대부분 에너지 가격 상승과 반도체 수출 부진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에너지 가격은 안정을 찾아가는 중이다. 올해 들어서도 원유와 가스 수입은 각각 6.5, 12.9%나 줄었다. 동절기 난방용 에너지 수요를 고려하면 다행스러운 일이다. 석탄 수입이 늘었지만 금액 면에서 가스나 원유의 절반도 안 된다. 이제 더는 에너지가 무역수지 적자의 주범은 아니라는 얘기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반도체다. 역시나 반도체 수출은 20억4700만달러에 그쳐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9.5%나 줄어들었다. 이미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단가 하락으로 반도체 수출 부진은 기정사실이다. 벌써 두 달 넘게 30% 가까운 감소세다.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난데없는 게 반도체 수입이다. 무려 20억7800만달러나 된다. 9.5%나 늘어 오히려 수출보다 많다. 원유(21억3200만 달러)에 이어 수입금액 2위다. 반도체 생산 강국의 어이없는 반도체 수입 초과 현상이다.

따지고 보면 반도체 수입 급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로나기간에 두 해 연속 22%씩 수입이 늘어나 지난해엔 748억달러에 달했다. 주로 국내 업체의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시스템반도체들이다. 특히 차량용 반도체는 90% 이상을 유럽산 수입에 의존한다. 메모리 편중 현상이 불러온 예정된 악재였다는 얘기다.

사소하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세계는 지금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사활을 걸고 있다. 10일에도 미국·캐나다·멕시코 간 북미 반도체동맹 정상회의가 열렸다. 지금 시작해도 반도체 균형발전에는 한참 시간이 걸린다. 답보 상태인 반도체특별법(K칩스법)을 더는 표류시켜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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