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13일 발표한 ‘12월 고용 동향’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호성적 지표 속에 숨은 냉기다.
12월을 포함해 2022년 한 해 동안의 고용지표는 화려하기 그지없다. 지난해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1만6000명 증가했다. 정부가 2021년 말 제시했던 예상치(28만명)의 거의 3배다. 2000년(88만2000명) 이후 20여년 만에 증가폭이 가장 크다. 연간 취업자 수가 80만명을 넘긴 것은 지난해를 포함해 지금까지 불과 세 번뿐이다. 당연히 인구를 참작한 12월 고용률(68.5%)은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일상회복에 들어가면서 산업활동과 수출에 활기가 돈 결과다.
12월은 계절적 요인이 많은 달이다. 고용시장에선 대부분 감소 요인들이다. 추위로 건설 현장을 비롯해 일하기 어려운 곳이 많아지는 데다 기업에 신규 채용된 직원들이 정식 출근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을 고려하면 지난해 12월의 고용지표도 나쁠 게 없다. 전년 동월 대비 실업률은 하락했고 고용률은 올라갔다. 취업자도 늘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다. 속을 들여다보면 화려한 지표 속에 냉기가 감돈다. 취업자가 50만9000명이나 늘었다지만 지난 5월(93만명) 이후 7개월째 증가폭은 계속 줄어든다. 실업률은 3.0%로, 전년 동월보다 0.5%포인트나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 3개월간 2.3~2.4%에 머물던 것과 비교하면 결코 좋다고만 보기도 어렵다. 석 달째 62.7%를 유지하던 고용률도 61.3%로 내려앉았다.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흐름이다. 지난해 12월이 고용시장의 정점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추세적인 내리막은 기정사실이란 얘기다. 실제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취업자 수 증가를 10만명도 안 되는 것으로 예상한다.
굳이 부정적인 측면만 들여다보자는 주장은 아니다. 지레 공포심을 유발할 이유도 없다. 하지만 이미 공식적인 경기둔화가 인정되는 상황이고 보면 고용 빙하기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심지어 지난해 좋았던 고용지표는 올해 역기저효과로 나타난다. 취업자 수 증가는커녕 마이너스 수치까지 나올 수도 있다. 산이 높았던 만큼 골도 깊어지기 때문이다. 미리 준비하는 것이 충격을 완화하는 유일한 길이다.
다행히 올해 긴축형 살림살이에도 정부의 일자리 지원예산은 12조1000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조원 이상 늘어났다. 효율을 높이는 게 급선무다. 수치에 얽매여서도 안 된다. 노인 아르바이트와 같은 세금형 일자리는 최소화하고 민간 일자리 창출과 연계된 지원으로 고용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