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불경기 선언한 KDI, 더 중요해진 위기관리 정책

한국개발연구원(KDI)이 8일 발표한 1월 경제동향을 통해 “한국 경제가 경기둔화 국면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지난해 말 가능성을 언급하던 수준에서 아예 인정하는 것으로 한 발짝 더 나갔다. 예상된 일이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우울하기 그지없다. 그건 곧 불경기 선언이기 때문이다.

근거는 확실하고 간단하다. 수출부진이 심화하면서 제조업경기가 가라앉았고 그나마 경기를 지탱해오던 서비스업도 주춤해졌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9.5% 감소했다. 11월의 -14.0%에 이은 큰 폭의 감소세다. 당연히 광공업 등 산업생산이 줄어들었다. 서비스업은 아직 플러스지만 그 폭이 점점 줄어든다. 특히 대면서비스업의 성장세가 눈에 띄게 둔화됐고 부동산업은 바닥 모를 추락 중이다. 소매판매를 중심으로 한 소비도 감소세가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아직 물가는 고공 행진 중이다. 상승률은 하락하는 추세지만 미뤄둔 전기료, 가스료,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하향안정의 발목을 잡는다. 유류세 인하폭 축소 조치도 마찬가지다. 모든 요인이 하방 압력투성이인데 경기가 멀쩡하다면 그게 이상한 일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암울하다. 인플레를 잡기 위한 글로벌 금리인상 추세는 여전하다. 미국과 속도, 보폭까지 맞추기는 어려워도 금리인상 추세에서 발을 뺄 수는 없다. 오는 13일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도 끝날 기미가 없다. 동면 상태와 다름없는 중국의 회복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최대 관심사는 언제까지 불경기가 이어지고 어느 시점에 반등할 것이냐는 점이다. 경기는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순환주기를 보인다. 1970년대 산업화 이후 한국 경제는 11회의 순환주기를 보였고 그 기간은 50개월이란 게 일반론이다. 평균적으로 30개월의 확장기와 20개월의 수축기다. 코로나19로 갑작스러운 하강에 들어간 경기의 저점은 지난 2020년 5월로 본다. 그 후 상승하던 경기는 딱 30개월여 만에 다시 하락기로 접어들었다. 적어도 앞으로 20개월은 하락기이고 내년 하반기나 돼야 상승 국면으로 돌아선다는 얘기다.

이제 중요한 것은 불경기의 위기관리다. 개인은 스마트한 소비로, 기업은 생산성 증대에서 길을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정부의 역할이다. 경제 전체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동시에 사회안전망도 강화해야 한다.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이 가장 손쉽지만 이미 너무 많이 써 여력 부족 상태다. 결국 남는 유일한 길은 규제개혁이다. 말이 아닌 실적으로 보여야 할 때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