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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임대사업자 주택 절반이 ‘깡통전세’ 위험에 몰린 현실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가입한 임대사업자의 주택 2채 중 1채는 보증금·대출 등 부채가 집값의 80%를 넘는 ‘깡통전세’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자료에 따르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2020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임대사업자 보증보험 가입 주택 70만9026채 중 54%인 38만2991채는 집주인의 부채비율이 80%를 넘었다. 부채비율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등 담보권 설정금액과 전세보증금을 합한 금액이 집값에서 차지하는 비중으로 이 비율이 80%를 넘으면 집을 처분해도 세입자가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주택’‘으로 본다.

전세 보증보험은 보증금 사고가 발생하면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우선 갚아주고 이후 집주인에게 돌려받거나 집을 처분해 돈을 회수한다. 집주인이 임대사업자인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돼 있어 보증금을 떼일 염려가 작다는 게 일반적 인식이다. 하지만 고금리 여파로 집값이 급락하면서 집을 경매에 넘겨도 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른바 ‘빌라왕’ 전세사기 사태가 겹치면서 지난해 HUG가 집주인 대신 돌려준 보증금은 9241억원에 달했다. 2021년(5040억원)보다 83.4% 급증한 수치다. 반면 HUG가 집주인에게 회수한 돈은 2021년 2114억원에서 지난해 2179억원으로, 큰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대위 변제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격이 되면서 HUG의 재무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HUG는 전세 보증 외에도 아파트 중도금대출, 건설사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다양한 보증을 다루고 있다. HUG에 대한 자본 확충이 이뤄지지 않으면 새 보증보험이 중단되는 것은 물론 아파트 청약당첨자와 건설사들까지 대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돈 한 푼 안 들이는 무자본 갭투자를 이용한 조직적 전세사기에 대한 엄정 대처를 주문했고, 경찰도 전담팀을 두면서 지난 5개월간 856명의 사기범을 검거하기는 했다. 그러나 잇단 빌라왕 사태와 그들의 연쇄 사망으로 세입자들의 보증금이 허공에 붕 뜬 돈이 되면서 구제받을 길이 요원하다. 피해자 대부분이 사회초년생이나 신혼부부, 서민 등 취약계층이다. 사유재산권을 존중해야 한다지만 ‘깡통전세’를 수백채, 수천채씩 굴려가며 서민의 목숨 같은 돈 수백억원을 떼어먹는 게 가능한 나라는 정상이 아니다. 자체에 법적·제도적 허점을 보완하는 일이 시급하다. 임차인의 임대인 납세증명서 요구권 등을 담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정치권이 입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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