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 제2경인고속도로 방음터널에서 큰불이 나면서 5명이 숨지고 37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고속도로를 달리던 5t 트럭 한 대에서 시작한 불이 순식간에 교통소음 차단용 방음터널 플라스틱 패널에 옮겨붙었고 이게 연료통이 되면서 긴 터널 전체로 불길이 빠르게 커졌다. 최초 불이 난 트럭 옆을 지나던 차량 4대에서 5명의 사망자가 나왔고 이들 대부분은 터널 지붕에서 불똥이 떨어지고 유독가스가 뿜어져 나오는 아비규환의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 채 안타깝게도 연기에 질식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도로 위 화재 사고에서 42명의 사상자가 나올 정도로 피해 규모가 커진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결정적으로 화재에 취약한 방음터널이 불쏘시개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주로 아파트 밀집단지에 소음을 차단하기 위해 설치되는 방음터널의 재질은 일종의 강화플라스틱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이다. 투명도가 높고 성형이 쉬운 데다 충격성과 흡음성도 좋아 널리 쓰인다. 하지만 휘발성 유기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불이 쉽게 붙는다. 불 붙은 PMMA는 유독가스를 다량 내뿜어 질식을 초래할 위험도 크다. 이런 위험성을 알면서도 강화유리보다 단가가 싸다 보니 너도나도 채택한다. 방음 효과와 건설비용, 조망권 등 소위 ‘가성비’에 매몰돼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플라스틱 방음터널이 불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었고, 화재 사고도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도 지금까지 방음판 불연 기준이 없다는 데에 있다. 지난 2020년 8월에도 광교신도시 하동IC 고가 차도에 설치된 길이 500m 방음터널에서 승용차서 발생한 화재가 천장을 타고 번지며 200m가량의 터널이 불에 탔다. 이곳 방음판에도 PMMA 소재가 쓰였다. 그렇다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진작에 방음터널에 불연 소재를 사용하도록 안전 기준이 마련됐어야 했다. 소를 잃고도 외양간을 고치는 수고를 하지 않다 보니 이번처럼 돌발 사고가 대형 참사로 커진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방음터널은 전국 52곳에 설치돼 있다. 화재 참사 취약시설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당국은 ‘방음’ 기능에 대해서만 점검할 뿐 ‘방염, 방재’에 대해선 확인하지 않고, 기준도 없는 상태다. 방음터널이 소방법상 일반터널로 분류돼 있지 않아서라고 한다. 수도권 곳곳에 제3신도시를 건설 중이어서 앞으로도 소음과 먼지를 차단하기 위한 방음터널은 끊임없이 지어질 것이다. 이제라도 방음판의 불연 기준을 강화하고 구체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후진국형 인재 사고를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