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뒤면 2023년 계묘년(癸卯年)을 맞는다. 새해는 해마다 찾아오지만 새해를 맞을 때마다 묵은해의 아쉬움과 부족함을 털어버리고 새로운 기대와 설렘을 키우게 된다. 특히 국방·방산 분야에서는 올 한 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은 ‘K-방산’이 쾌거를 이어갈 수 있을지 관심과 바람이 크다.
올해 K-방산은 사상 최대·최고의 기록을 잇달아 경신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 수출 규모는 지난 2014년 4조2000억원 수준이었지만 2016년 2조9000억원으로 오히려 급락했다. 방산비리 여파 속 국민의 불신이 수출저하로까지 이어진 탓이었다. 이후에도 오랫동안 연 30억달러 안팎을 넘나들다 2021년 72억5000만달러를 기록하며 또 하나의 K-콘텐츠로 급부상했다.
올해는 이미 지난달에만 작년 대비 2배를 넘어서는 170억달러(약 22조7000억원)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첫 출발은 지난 1월 아랍에미리트(UAE)와 4조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한 ‘한국형 패트리엇’ 천궁-Ⅱ가 끊었다. 2월에는 이집트와 2조원 규모의 K9 자주포 수출계약을 맺으며 낭보를 이어갔다.
백미는 폴란드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안보불안감이 커짐에 따라 대규모 전력 보강에 나선 폴란드의 결론은 한국이었다. 폴란드는 K2 전차와 K9 자주포, FA-50 경공격기, 다연장로켓(MLRS) 천무 도입계약을 체결하며 단번에 K-방산의 큰손으로 떠올랐다. 가격 대비 탁월한 성능과 빠르고 정확한 시기 납품이 가능하다는 점이 선택의 배경이었다.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K2 전차 10대와 K9 자주포 24문이 계약체결 4개월 만에 첫 인도된 지난 6일 그디니아해군기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국면에서 한국산 무기의 신속한 인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남아와 중남미를 넘어 유럽으로까지 지평을 넓히고 있는 K-방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내년 전망도 밝은 편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내용만 해도 호주와 폴란드 진출을 노리는 미래형 궤도장갑차 레드백, 노르웨이와 이집트 수출을 추진 중인 K2 전차, 말레이시아와 협상을 진행 중인 FA-50 등이 다음 주자로 대기 중이다. 정부가 야심 차게 내건 오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점유율 5% 돌파와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이라는 목표가 허황되지만은 않다는 평가를 받는 까닭이다.
일각에선 다른 국가의 분쟁과 갈등을 기회로 ‘살상무기’를 팔아 돈을 번다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방산은 엄혹한 남북분단 현실에서 국가안보를 뒷받침하는 강병(强兵)과 미래 먹거리산업을 견인하는 부국(富國)을 아우르는, 말 그대로 ‘부국강병’의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방산수출전략회의에서 “방위산업이 국가안보에 기여하고 국가의 선도 산업으로 커갈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며 “방산 수출은 안보뿐 아니라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고 우방국과의 연대를 한층 강화해 줄 것”이라고 언급한 것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검은 토끼의 해’를 맞아 그동안 성과를 이어가면서도 일각의 우려를 불식시키며 한 단계 진화하는 K-방산의 뜀박질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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