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회의 국정조사(이하 국조) 첫 회의가 19일 열렸다. 국조를 의결한 지 25일 만이다. 그런데 ‘반쪽’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예산안부터 처리하기로 한 합의가 깨졌다며 불참했고, 야 3당(더불어민주당·정의당·기본소득당)은 일정과 증인 채택을 단독 의결했다. 국조 특위는 21일과 23일엔 현장조사, 27일, 29일엔 기관보고를 받기로 했다. 내년 1월 2일과 4일, 6일에는 청문회를 열기로 했다. 청문회에 부를 증인과 참고인은 나중에 여당이 들어오면 더 협의하기로 하고 우선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등 기관보고를 받을 증인 89명부터 채택했다. 야당의 개문발차식 국조 돌입에 여당은 “어떤 내용도 온전한 진실이 아닌 그들만의 반쪽 진실로 치부될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위야 어떻든 반쪽 국조 돌입은 예산안 처리 후 국조 진행의 약속을 파기한 야당에 1차적 책임이 있다. 예산부수 법안인 법인세 인하와 수억원에 불과한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을 볼모로 639조원의 새해 나라살림 처리가 뒤뚱거리는 상황을 만들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예산안 처리의 네 번째 데드라인으로 제시한 19일도 여야는 견해 차를 좁히지 못했다. 법인세는 최고세율을 1%포인트 인하하고 법인세 인하 과표 구간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논의 중이라고 한다. 여당이 한 발 물러선 만큼 경찰국과 인사정보관리단 예산은 야당이 한 발 양보해 조속히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 더 늦어지면 야당이 새 정부의 경제위기 대처 예산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부정적 여론이 비등할 것이다.
그렇다 해도 여당이 한 세기 만에 일어날까 말까 한 대형 참사에 대한 국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온당치 않다. 최근 대통령과 정부·여당이 보이고 있는 행보는 ‘참사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는 데에 급급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 참사 희생자 49재 때 불거진 윤석열 대통령의 중소기업 판촉행사 참석과 술잔 구입 논란, 한덕수 총리의 느닷없는 시민분향소 개인자격 방문과 유족들의 반발, “이들은 참사가 생업”이라는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의 시민대책위 폄하 발언 등은 이런 의구심을 더욱 키운다.
참사가 발생한 지 50일 이상 경과했고 1월 7일까지로 정해진 국조기간이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예산안 처리를 이유로 국조를 마냥 뒤로 미루는 것은 희생자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특히 사태 수습과 재발 방지에 책임이 더 큰 여당이 빠져 있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하루빨리 합류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