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가전·IT 박람회인 ‘CES 2023’이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CES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미국 최대 규모의 오프라인 행사로 개최될 전망이다.
행사 주최측인 전미소비자기술협회(CTA)에 따르면 CES 2023의 전시장 규모는 올해 대비 1.5배 커진 18만6000㎡이며, 참가 업체도 올해보다 1000개사 이상 증가한 2400개사를 돌파했다. CES 혁신상에 출품한 제품 역시 사상 최대인 2100여개에 달하고, 등록을 마친 전 세계 미디어 숫자만 3000개를 넘어섰다.
‘CES 단골손님’인 한국 기업들도 높은 기대감 속에 행사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 재계 맏형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그룹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CES에 참석할 예정이다. 특히 최 회장의 장녀 최윤정 수석매니저가 몸담고 있는 SK바이오팜이 국내 제약사 최초로 CTA로부터 ‘디지털 헬스부문’ 혁신상을 수상한 만큼 부녀의 동반 참석 가능성도 주목된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CES 참석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이 회장은 지난 2007년부터 2013년까지 7년 연속 CES에 참석한 바 있다. 지난 10월 회장 승진 이후 CES 2023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첫 모습을 보일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2년 연속 CES 참석이 예상된다.
CES 2022에서는 코로나 상황에도 불구하고 총 502개사의 한국 기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하거나 그 이상의 기업들이 행사에 참석해 우리 제품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출국을 앞둔 주요 기업인의 표정은 그렇게 밝지 않다. 국내 경제계를 둘러싼 정치적·경제적 환경이 악화일로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CES의 메인을 장식하는 프리미엄 TV 관계자들의 경우 시장 수요 감소로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4분기 생활가전 부문 영업이익이 급감할 것으로 점쳐지고, LG전자 역시 TV 사업을 담당하는 HE 부문의 적자가 이어질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TV 업체들의 맹추격도 한국 기업을 위협한다.
다른 주요 제품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내년도 수출 전망 조사에 따르면 매출액 상위 150개 기업 가운데 39.3%가 내년 수출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45.7%), 주요 수출국의 경기 부진(33.9%) 등이 주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는 법인세율 인하와 파업 노동자를 상대로 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이른바 ‘노란봉투법’을 놓고 여야의 대립이 좀처럼 끝나지 않고 있다.
내년 최악의 글로벌 경기 침체가 예고된 상황에서 기업인들은 우리 경제의 활로를 뚫는 첨병 역할을 해야만 한다. 정부와 정치권이 ‘기업인 기(氣) 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올려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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