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부모급여 정도로는 해결 못할 망국의 병 ‘저출산’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이제 세계적 관심사다. 역사상 유례가 없는 내리막 수치를 보이니 관련 통계가 나올 때마다 한국이 화제의 중심이다.

골드만삭스가 최근 발표한 ‘2075년 글로벌 경제 전망’ 보고서도 그중 하나다. 이 보고서는 향후 각 나라의 경제 규모가 인구 문제와 직결되는 것으로 봤다. 지난 50년간 세계 인구증가율이 2%에서 1%로 내려앉았고 50년 후 미래엔 0%에 가깝게 떨어질 것으로 보이니 당연한 판단이다. 그 결과는 놀랍다. 2050년 세계 경제 5대 강국은 중국,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독일이 될 것이라고 했다.

더 펄쩍 뛸 일은 현재 12위인 한국의 경제 규모가 2050년엔 15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란 예상이다. 우리 앞으로 오는 나라들은 하나같이 꾸준하게 인구가 증가하는 개발도상국들이다. 이집트, 인도네시아, 필리핀, 파키스탄 심지어 기아의 대명사인 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도 있다. ‘한강의 기적’이 ‘한강의 치욕’으로 변할 판이다. 추락하긴 마찬가지지만 그나마 일본은 우리보다 낫다. 이러니 최근 CNN이 0.79명으로 떨어진 한국의 저출산 실태에 대해 “16년 동안 2500억달러 이상을 써도 아무 효과 없다”는 분석 뉴스를 보도하는 것도 하나 이상할 게 없다.

국내의 뉴스는 더 황당한 게 나온다. 베이비붐 세대가 해마다 100만명 넘는 아이를 낳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연간 신생아가 26만명 선이다. 아이가 줄어드니 젊은 의사들도 미래가 없는 소아과 전공을 꺼린다. 지난 5년간 폐업 신고한 소아청소년과 의원이 660여곳이나 된다. 오죽하면 인천 지역 굴지의 병원인 가천대길병원이 전공의 부족으로 내년부터 소아청소년과 입원 진료를 중단키로 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13일 제4차(2023~2027년) 중장기 보육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영아기 종합적 양육 지원’과 ‘보육 서비스의 질 제고’에 중점을 두고 최적의 국가 지원을 위한 비전과 과제를 제시했다지만 내용은 글쎄다. 눈길을 끄는 건 내년부터 도입한다는 부모급여(매달 0세 70만원, 1세 35만원)뿐이고 그나마 영유아수당을 조금 올리고 이름만 바꾼 것이다. 보육 교직원 전문성 향상 역량 강화, 보육 서비스 기반 구축 등은 그럴듯한 말풍선에 불과하다.

지금 우리의 저출산 실태는 부모급여 정도로는 해결 못할 망국의 병이다. 지역 소멸을 넘어 국가 소멸로 가는 병 아닌가. 천장을 알지 못하는 집값, 아무리 쏟아부어도 모자란 교육비, 여성에게 집중된 육아 부담, 무시되는 비혼 출산 등에 대한 근본적인 저출산 종합대책이 국난 극복 차원에서 마련돼야 한다.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