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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가장 작은 월드컵 열리는 카타르 이야기
세계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
국민 30만, 평균소득 8만弗

親美지만 무장단체 후원도
주변국과 절묘한 밀당외교

LNG 산업에 과감한 투자
“가스가 미래”…해외개발도

21일 카타르 월드컵이 열린다. 중동에서 열리는 첫 대회다. 더운 날씨를 피해 11월에 열리는 것도 처음이다. 월드컵은 그간 22회에 걸쳐 17개국에서 유치했다. 카타르는 그 가운데 가장 작은 나라다. 국토면적이 1만1581㎢ 로 경기도(1만196㎢) 보다 조금 크다. 작지만 별난 게 참 많은 나라다.

2010년 월드컵을 유치하면서 국가 기반시설을 새롭게 하는데 투입한 돈이 2000억 달러에 달한다.경기장 짓는데 들어간 돈만 65억 달러다. 조그만 나라에서 이 많은 돈이 어디서 났을까?

카타르는 자원은 엄청나게 많은데 사람은 적다. 천연가스 매장량과 생산량이 각각 세계 3위, 5위다. 천연가스 수출은 세계 1위다.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상반기에 원유·천연가스로 벌어들인 돈이 지난해 보다 60% 이상 늘었다고 한다.

카타르 인구는 약 288만명이지만 시민권을 가진 진짜 ‘카타리’는 30만명에 불과하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8만2886달러로 세계 5위다. 정부는 카타리에 매월 600만원(성인 기준) 가량의 기본소득을 지급한다. 여성이 출산하면 추가로 월 230만원의 기본소득을 준다. 수도·전기는 물론 의료와 교육비용도 모두 무료다.

카타르가 잘 살게 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1939년 석유가 발견되지만 영국의 식민지여서 카타르 국민들은 큰 혜택을 받지 못했다. 1971년 독립 이후 석유파동이 터지며 잘 살게 됐지만 1990년대 초 다시 위기를 맞는다. 북부지역 ‘노스필드’의 천연가스 개발과 상품화에 막대한 돈을 투자한 공기업 카타르에너지가 파산위기로 내몰리면서다. 노스필드는 현재 단일 지역으로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가진 곳이지만 당시만 해도 중동에서는 석유에 비해 천연가스는 경제적 가치가 낮다는 인식이 보편적이었다. 기체인 천연가스는 액화 과정을 거쳐야 운송이 용이해져 판매 부가가치가 높아진다.

1992년에는 카타르 자원개발을 주도했던 영국석유(BP)까지 손을 땐다. 하지만 정도다. 카타르에너지는 엑손모빌, 토탈, 미츠이, 마루베니 등과 함께 1997년 첫 액화천연가스(LNG) 수출시설을 완공한다. 2006년에는 인도네시아를 제치고 세계 최대 LNG 수출국이 됐다. 1990년대 개발된 카타르 카타르는 한때 노스필드의 확장을 중단했지만 2017년 전 세계적으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자는 논의가 확산되자 재확장에 나선다. 천연가스 가격상승을 우려했던 수입국들이 환호한 것은 당연하다. 전세계 주요 에너지기업들과의 합작도 더욱 활발해졌다.

카타르는 대외정책도 독특하다. 미국에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공군기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동시에 아랍의 여러 무장단체 본부도 카타르에 자리 잡고 있다. 아랍어권 최대 언론인 알자지라도 카타르 회사다. 카타르도 사실상 전제군주정에 가깝지만 알 자지라는 2010년 ‘중동의 봄’ 이후 주변 왕정국에 대한 비판적이다. 이 때문에 주변국과 사이가 틀어져 2017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주변 6개국이 단교와 함께 경제봉쇄까지 단행한다.

같은 수니파 국가들과 맞서 카타르는 시아파인 이란과 수교한다. 페르시아 해를 사이에 둔 두 나라는 사실 중동에서도 대표적인 천연가스 보유국이다. 카타르 입장에서는 바다에서도 천연가스를 개발하려면 큰 나라인 이란과 잘 지낼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이란과 사우디는 오랜 앙숙이다. 사우디 등의 봉쇄를 이란을 통해 뚫어 낸 셈이다. 결국 사우디는 지난 해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다시 맺는다.

최근 들어 카타르는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이 높아졌다. 역시 천연가스 때문이다. 석유에 가려 주목받지 못했던 천연가스가 ESG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어서다. 천연가스는 석유 보다 환경파괴가 적다. 매장·생산 세계 2위인 러시아가 국제 에너지 시장에서 제외되면서 카타르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최근 빈 살만 왕세자가 바이든 대통령의 원유 증산 요구를 거절하면서 사우디와 미국 사이가 냉랭해졌다. 카타르는 현재 7700만톤인 천연가스 연간 생산능력을 2027년 1억2600만톤까지 확충하기로 했다.

대부분의 산유국들은 자국 내 자원개발에 주력한다. 해외투자는 주로 정유·정제설비다. 석유 수출로 번 돈으로 다른 산업을 육성하려 한다. 사우디의 네옴시티가 대표적이다. 카타르는 자국 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의 자원개발에도 적극적이다. 국영 천연가스 기업 카타르에너지는 앙골라, 브라질, 캐나다, 이집트, 나미비아, 기아나, 수리남, 미국, 멕시코 등에서 자원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에너지는 천연가스와 원자력으로 크게 양분되고 신재생 에너지는 이를 보완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는 게 카타르의 예측이다. 아직 카타르에너지의 해외자원 개발은 글로벌 석유메이저들에 의지하고 있지만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서방 주요증시에 상장된 메이저들이 주주들도부터 친환경 압박을 받고 있어서다. 결국 해외자원 개발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는 게 카타르에너지의 목표다. 이 때문에 사우디 아람코처럼 상장할 계획은 전혀 없다. 경쟁자들이 ESG에 발목이 잡힐 때 혼자 훨훨 날아보겠다는 속셈으로 보인다.

카타르 역시 다른 중동 국가들처럼 ESG는 물론 인권 등에 있어서 전근대적이라는 평가가 많다. 와하비즘 국가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많다. 인도와 파키스탄 등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을 가혹하게 대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월드컵 시설을 짓는 데도 이들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진=카타르관광청 홈페이지]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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