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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반도체 세계대전, 한국 기업들은 홀로 싸워야 하나

반도체 세계대전(大戰) 양상이 점입가경이다. 중국이 ‘홀로서기’를 외치며, 전 세계를 상대로 먼저 싸움을 걸었다. 이른바 ‘반도체 굴기(屈起)’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인 전 세계 협업구도를 깨는 움직임에 미국이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우군들을 끌어모았다.

미국, 일본, 대만, 한국이 함께 중국에 맞서자는 ‘칩4 동맹’이다. 불과 올 3월의 일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지난 5월 방한 때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가장 먼저 찾은 게 급박한 전황을 보여준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싸움판을 흔들고 나섰다. 도요타, 소니,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8개 기업이 ‘반도체 왕국 재건’을 선언하며 새로운 법인 ‘라피더스(Rapidus)’를 출범시켰다. 라틴어로 ‘빠르다’는 의미의 법인명처럼 발걸음이 숨가쁘다. 회로선폭 2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미만의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양산 시기를 2027년으로 잡았다. 삼성전자, 인텔, TSMC 등 ‘칩4 동맹’ 내 여타 국가의 대표기업들이 이르면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공정이다. 일본 반도체 산업이 사실상 잠시 휴지기였던 점을 감안하면 무서운 속도다. 여기에 일본 정부까지 곧바로 지원사격에 나섰다. 새 법인에 무려 700억엔(약 6500억원)을 지원하겠다며 힘을 싣고 있다.

대만은 더하다. 정부와 기업이 한몸처럼 움직인다. 심지어 중국의 안보 위협에 맞서 반도체 기업 TSMC를 앞세워 중국의 위협을 무디게 한다는 ‘실리콘 방패론’까지 거론되는 실정이다.

한국은 어떤가. 경쟁국들이 자국 기업과 손잡고 목을 조여 오는데,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비상하지 않다. 지난 8월 발의된 반도체산업 지원 특별법인 ‘K-칩스법’은 거대 야당의 반대로 3개월째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K-칩스법’은 반도체 클러스터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이 담긴 ‘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조치법’과 반도체 시설 투자 세액 공제 확대 등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등 2건의 패키지 법안으로, 윤석열 정부 반도체 정책의 핵심이다.

반도체는 시장선점이나 초격차 프리미엄이 확연한 산업이다. 그만큼 속도전이 중요하다. ‘대기업특혜법’, ‘지방소외법’ 등을 운운하며 ‘K-칩스법’ 통과에 제동을 걸 여유가 더는 없다. ‘라피더스’ 지원을 의결하며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은 “반도체는 경제안전보장의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한국 정부와 정치권은 언제까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고군분투하도록 지켜만 볼 것인가.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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