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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글로벌인사이트] 남미, 다시 뛰는 축구와 경제의 앞날

남미에서 축구는 종교와 같은 위상을 가지고 있으며 경제와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 이번 월드컵이 마지막 출전으로 예상되는 메시의 경기를 보기 위해 월드컵 기간에 아르헨티나발 카타르행 항공권 발권 수는 2019년 대비 무려 77배 증가하는 등 축구는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남미는 월드컵 최다 우승국(브라질 5회) 및 역대 1회 이상 우승 10개국 중 3개국을 배출하면서 유럽과 함께 세계 축구를 양분해왔다. 하지만 남미축구연맹은 최근 3개 월드컵에서 유럽 축구에 밀려 우승국을 배출하지 못한 이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원인으로는 자국 리그 클럽의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경쟁력 약화는 유럽 클럽팀들이 남미 선수를 영입하는 정책의 변화에서 비롯됐다. 과거엔 남미의 선수에게 높은 이적료를 지불하고 유럽으로 영입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선수가 성장하기 전에 낮은 이적료로 데려와 유럽 내에서 비싸게 파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유럽에 조기 진출을 원하는 선수들에게는 득일지 몰라도 남미 클럽 입장에선 낮은 이적료에 선수를 팔게 돼 불리하다. 이는 남미 클럽의 재정 취약 및 리그 경쟁력 약화로 이어졌다. 결국 남미축구의 경쟁력이 낮아지는 악순환에 빠지게 됐다.

이런 축구산업은 남미 경제구조와도 일정 부분 유사하다. 남미는 풍부한 천연자원의 보유(선수 풀)에도 불구하고 국가 경제구조가 취약(클럽 경쟁력 약화)하며, 주요 원자재 및 농축산물의 조달처(선수 수급처)라는 특징이 있다. 차이점은 원자재 및 농축산물을 수출할 때 제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국제 에너지·식량 가격 변동에는 취약하다는 것이다.

또 자원안보를 이유로 칠레,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등 세 나라 정부가 리튬 생산을 통제하면서 국가재정 확충과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는 점이 축구와 다르다. 만성 인플레이션과 경기 침체를 겪는 이들 국가 입장에선 자원보호주의를 경제 발전시킬 좋은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남미축구연맹은 FIFA 지원금 전액을 유소년 축구·감독·심판 교육 등 남미 축구발전 및 경쟁력 강화에만 투자하기로 했다. 2015년 FIFA 비리 사건 연루로 몰수된 자산 중 7100만달러를 상환받게 되면서 경쟁력 강화 프로젝트가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미 경제는 희귀자원 리튬과 같은 호재로 수출 증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과거 네덜란드병(주로 자원 부국이 자원의 수출로 일시적인 경제 호황을 누리지만 물가와 통화가치 상승으로 국내 제조업이 쇠퇴해 결국 경기침체를 겪는 현상)과 같이 풍부한 자원이 다른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는 점을 경계하고, 확보된 재정을 산업구조 및 경제체질 개선에 투입, 신용도 상승이 해외 투자의 유입 증가로 이어진다면 괄목할만한 경제 성장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남미 축구의 팬이자 남미 경제의 잠재력을 믿는 사람으로서 이런 노력으로 남미축구의 경쟁력이 상승해 월드컵에서 우승하고, 나아가 경제성장도 가속하기를 기원해본다.

유신영 코트라 아순시온무역관 과장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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